원제 - Mute Witness

  감독 - 앤소니 월러

  출연 - 마리나 주디나, 페이 리플리, 에반 리차즈, 올렉 얀코프스키


  어렸을 적에, 동생과 비디오를 꽤 많이 빌려보았다. 그런데 남매사이라는 게 뭐랄까, 영화에서 키스 장면만 나와도 서로 민망해했다. 그래서 주로 사람을 죽이는 호러 스릴러 영화를 주로 빌려다보았는데, 이런! 그런 영화에도 은근히 야한 장면이 종종 나오곤 했다. 하여간 처음에 그런 부분이 나오면 빨리 감기를 하거나 시선을 외면하곤 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가 아무렇지 않게 보았다.


  이 영화도 그 당시 동생과 함께 본 기억이 난다.


  소련으로 영화를 찍으러온 미국 제작팀. 주인공은 비록 말은 못하지만 소품 담당으로 일을 열심히 잘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가려다가 뭔가 놓고 온 것이 생각나 다시 스튜디오로 향한 주인공 빌리. 그런데 누군가 영화를 찍고 있었다. 소련 측 스태프들이 포르노를 찍고 있었던 것. 발걸음을 돌리던 그녀. 하지만 뒤이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갑자기 그들이 여자를 죽이면서, 그 광경을 찍는 것이다. 현장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들에게 들켜버린 빌리. 겨우 언니의 도움으로 빠져나온다. 경찰을 불렀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다. 그들은 단지 그녀가 영화 찍는 것을 오해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진짜로 스너프 필름을 찍고 있던 조직은,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움직인다. 동시에 그들을 노리던 비밀경찰도 사건에 개입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혹시라도 잡힐까봐 두근두근 조마조마했었다. ‘어떡해!’라거나 ‘말도 안 돼!’라고 중얼거리다가 서로 시끄럽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 정도로 주인공이 스튜디오에서 쫓기는 장면은 긴장감이 넘쳐흘렀다. 게다가 그녀는 말도 못하니, 전화로 누군가에게 구조를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 그래서 더 손에 땀을 쥐고 안타깝게 보았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녀가 집으로 돌아간 이후는, 배후에 엄청난 조직이 있다는 것도 나오고 비밀경찰까지 등장하니까 판이 아주 커진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극의 조임이 약간 풀어진 느낌? 갑자기 등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초점이 분산되면서 시선이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빌리 언니 부부의 약방의 감초 역할은 팽팽하게 잡아당긴 긴장의 끈을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등장 시간은 너무 길었다. 그래서 느슨하게 풀어주려다가 완전히 놓아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꽤나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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