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트특급 살인사건
시드니 루멧 감독, 로렌 바콜 외 출연 / 키노필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원제 -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원작 - 아가사 크리스티의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감독 - 시드니 루멧

  출연 - 앨버트 피니, 로렌 바콜, 잉그리드 버그만, 재클린 비셋, 숀 코네리, 안소니 퍼킨스


  이 영화로 잉그리드 버그만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시작은 암스트롱 집안의 비극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유괴되어 몸값지불에도 불구하고 시체로 발견된 어린 데이지. 그 소식에 엄마는 뱃속의 아기와 충격으로 죽고, 아버지는 권총 자살. 그리고 공범으로 의심받던 하녀는 자살한다.


  그로부터 5년 후. 이스탄불에서 출발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분다. 승객 중의 한 명인 레체트가 12군데나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된 것. 설상가상으로 폭설로 기차는 선로 위에 멈춘 상태. 포와로는 일등칸에 있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탐문을 시작한다. 그리고 죽은 레체트가 5년 전 데이지 암스트롱을 유괴한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조금씩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이번 영화의 포와로는 알버트 피니이다. 포와로 역으로 아카데미 주연상 후보에까지 올랐다는데,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별로였다. 너무 가벼웠다. 이 사람보다는 피터 유스티노프가 연기한 포와로가 내가 생각한 이미지에 더 맞았다. 수염은 이 사람이 더 멋졌지만.


  이 영화는 오직 기차 안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눈으로 길이 막혔으니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영화는 포와로와 승객들의 면담으로 주로 진행된다. 별다른 액션신도 없고, 움직임이 크지 않다.


  영화는 원작을 많이 변형시키지 않고, 거의 100% 재현해냈다. 그래서 소설을 미리 읽은 사람에게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고 대사를 잘 들어보면, 어디선가 어긋남이 느껴지고 뭔가 숨긴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면 포와로의 회색 뇌세포를 완전히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오래 전에 원작 소설을 읽었기에, 누가 범인인지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감독의 대표작이 ‘12명의 성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 영화의 감독이 시드니 루멧이라는 것을 알고 웃어버렸다. ‘이 감독은 배심원 제도를 너무 좋아하는 게 아닐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배심원 제도와 상관이 없는 작품을 많이 만들었지만, 처음 든 생각이 저것이었다.


  법이 처벌하지 못하는 범죄자에게 피해자나 관련자가 복수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그런 짓을 하고 그들은 앞으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포와로의 씁쓸한 표정이 그런 의문을 말해주고 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고 하지만, 나라면.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아마 망설이지 않고 했을 것이다. 그래, 그럴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영화는 더욱 더 씁쓸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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