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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살인사건
존 길러민 감독, 제인 버킨 (Jane Birkin) 외 출연 / 키노필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원제 - Death On The Nile
원작 - 아가사 크리스티의 ‘나일 강의 죽음’
감독 - 존 길러민
출연 - 피터 유스티노프, 제인 버킨, 로이스 차일드, 베티 데이비스, 미아 패로우, 올리비아 핫세, 안젤라 랜스베리, 데이빗 니븐.
출연진의 이름만 보고 ‘헐, 대박!’하고 놀랐던 작품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세 번째로 좋아하는 명탐정 ‘포와로’ 역을 맡은 ‘피터 유스티노프’는 말할 것도 없고, 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의 이름이 줄줄 나열되어 있다. 남자 배우들은 잘 모르겠다.
엄청난 부호의 상속녀 리넷. 그녀는 친구 재키의 약혼자를 가로채 결혼식을 올린다. 신혼여행지까지 따라와 둘을 괴롭히는 재키. 그러다가 나일 강을 가로지르는 호화 유람선에서 리넷이 살해당하고 만다.
그녀에게 악감정을 품은 유람선의 승객들 사이에서 포와로는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짓궂게 또 한편으로는 참견 쟁이 늙은이처럼 진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영화 초반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난 너를 믿었기에, 내 친구를 소개시켜줬고…….’라는 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실직자인 약혼자의 구직을 위해 친구에게 자존심을 굽히며 부탁을 했던 재키. 그러나 친구와 약혼자는 눈이 맞아버렸다.
분노에 찬 재키를 열연한 미아 패로우를 보면서, 영화 ‘로즈메리의 아기’에서의 연약하지만 당찬 모습이 겹쳐보였다. 하지만 이번 역할이 더 집요했고 목소리와 눈빛에서는 광기가 번득였다. 완전 미친 여자 그 자체였다.
드라마 ‘제시카의 추리극장’으로 유명한 안젤라 랜스베리는 주책없으면서도 탐욕스러운 속물 작가 연기를 적절하게 잘 해주었다. 그녀의 딸 역할을 맡은 올리비아 핫세는 역할에 잘 녹아들었다고 해야 하나? 줄리엣의 느낌은 하나도 나지 않았다. 하긴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으니. 가장 기대가 컸던 제인 버킨은 많이 안 나와서 실망했다.
피터 유스티노프는 내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현실 세계에 살아 돌아온 탐정 포와로이니, 더 할 말은 없고.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이 한 가지 생겼다. 어떻게 포와로는 그 모든 일을 안 들키고 엿들을 수 있었을까? 아니,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그가 있는 곳 근처에 와서 모든 일을 벌이는 걸까?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영상은 멋졌다. 소설에서는 몇 줄로 넘어간 배경이 실제로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화면 가득히 펼쳐졌다. 마치 공짜로 이집트 관광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거대 피라미드와 거대한 석상들 그리고 이집트의 이국적인 풍물들. 게다가 화려하고 부드러우며 풍부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느낌이 살짝 드는 관현악단의 배경 음악까지.
이런 맛에 소설의 영상화를 보는 거라고 생각까지 들었다. 요즘 나오는 영화와 비교하면, 액션 장면도 없고 CG도 없고 다소 느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는 중반까지는 느릿느릿하게 진행되니까. 하지만 그걸 보상할 정도로 화면은 멋졌다. 그걸로도 충분했다, 이 영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