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서커스
소노 시온 감독, 미야자키 마스미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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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奇妙なサ-カス: Strange Circus


  감독 - 소노 시온


  포스터에 영화의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같은 립스틱, 같은 옷을 입은 엄마와 딸. 엄마는 중년의   요염하고 섹시한 미를 뿜어내고 있고, 딸은 십대 소녀의 풋풋함을 드러낸다. 두 사람이 다 가시를 가신 장미처럼 향기를 뿜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쓰여 있는 문구들 - 유혹, 공포, 악몽 같은 현실, 훔쳐보기, 자살 시도 그리고 사고사…….


  영화는 꿈과 현실 그리고 과거가 마구 뒤섞여 있다. 어느 순간 무엇이 허구이고 무엇이 과거인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 환상인지 딴 짓하면서 보면 놓치기 쉬웠다.


  영화를 보면서 백설 공주를 떠올렸다. 동화책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흔히 잔혹 동화라고 말하는 백설 공주 얘기. 그 동화에서 백설 공주는 아버지와 관계를 갖는다. 처음에는 강제였지만, 나중에는 그녀도 좋아한다고 나온다. 그리고 그것을 질투한 어머니에 의해 숲으로 버려지고 만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공주는 난쟁이들을 만나서 잘 살다가 왕자의 눈에 띄어 왕비가 된다. 그리고 자신을 죽이려한 어머니에게 무시무시한 복수를 감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영화는 처음에는 백설 공주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나중에 가면 백설이가 아닌 어머니 왕비의 시선으로 끝맺어진다. 어쩌면 처음부터 어머니 왕비의 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어머니 왕비의 꿈이고 환상이었을지도 모르는 것.


  미치코는 크고 부유한 집에 사는 공주이다. 어머니 왕비인 사유리는 아름다웠고, 아버지 왕은 나이가 들었지만 정력적인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동화 내용과 흡사하게 12살이 되는 어린 딸을 침실로 끌어들인다. 어머니 왕비는 그 사실을 알고 분개해한다. 그 대상이 근친을 저지른 아버지가 아닌, 피해자인 딸이라는 데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어머니 왕비의 눈에는 12살이 된, 자신을 빼닮은 아름답게 크는 어린 백설 공주 미치코가 딸이 아닌 한 명의 여자로 보인 것이다. 아버지이자 남편인 왕, 아니 남자인 왕을 사이에 두고 자신과 경쟁을 벌이려는 그런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질투하고 못살게 군다. 미치코의 표현을 빌면 ‘아버지가 없는 때면, 어머니는 날 죽이려고 하셨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동화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머니 왕비는 공주를 내쫓을까 아니면 공주는 어머니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왕비를 죽여 버렸을까? 아버지 왕은? 그에게 그 둘의 목숨을 건 싸움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돈이 있었고, 끊이지 않는 정력이 있었으며, 따라서 그에게 기꺼이 몸을 바칠 여자들이 넘쳐났다. 그에게 어머니 왕비와 백설 공주는 그냥 속된 말로 정액받이에 불과했다. 그의 곁에 남은 사람만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러면 동화는 그렇게 끝이 날까? 우리가 아는 잔혹 동화나 건전 동화 둘 다, 아버지 왕은 중반으로 넘어가면 나오지 않는다. 딸의 죽음에도, 딸의 생존에도, 그는 아무런 코멘트도 없이 그냥 그렇게 사라져간다. 공주와 왕비는 그는 열외로 치고 서로를 죽이기에만 급급해한다. 살아남은 자가 왕을 차지하는 것일까? 그렇지만 백설이는 아버지 왕이 아닌 왕자와 결혼하는데? 제일 나쁜 사람은 딸을 건드린 아버지 왕인데,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이 영화의 후반부를 놀래게 만드는 반전이자 신선한 충격이었다. 결국 백설 공주는 아버지 왕과 어머니 왕비에게 ‘복수를 하였습니다.’, 내지는 어머니 왕비는 아버지 왕을 죽이고 백설 공주에게 ‘참회를 하였습니다.’, 또는 백설 공주와 어머니 왕비는 힘을 합쳐 아버지 왕을 ‘제거했습니다.’, 혹은 백설 공주와 어머니 왕비는, 특히 어머니 왕비는 아버지 왕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가 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환상은 이어진다. 결국 현실과 마주치기 싫은, 도피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지막 종착점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아름답고 우울한 환상 속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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