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소니픽쳐스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원제 - Apt Pupil

  원작 - 스티븐 킹

  감독 - 브라이언 싱어

  출연 - 이안 맥컬런, 브래드 렌프로



  고등학교 3학년인 토드는 학교에서 독일 나치에 대한 수업을 듣고, 학교 도서관에서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기로 한다. 그런데 그 중 한 장교의 모습이 마을에 사는 노인 아더 덴커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토드는 그를 찾아가 다 알고 있다고 협박을 한다. 진짜로 그는 독일 친위대였던 신분을 숨기고 살고 있는 중이었다. 토드는 그에게서 독일군이 자행한 모든 만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 신고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의 생생한 경험을 들으며, 토드는 악몽을 꿀 정도로 시달린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다보니, 마치 자신이 그런 위치에 놓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수십 년 동안 억누르고 있던 아더 덴커의 잔인함도 되살아난다.


  다르면서 비슷한 모습을 서로에게서 본 두 남자는 상대방을 증오하고 두려워하며 경계하기에 이른다. 결국 토드는 그에게서 멀어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을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산전수전 다 겪은, 속에 능구렁이 백만 마리는 똬리를 틀고 있는 늙은 노인과 경험은 부족하지만 너무도 영악하고 똑똑한 소년의 만남. 만나서는 안 될 두 남자. 하지만 하늘의 장난인지 아니면 인연인지, 많이 다르면서 닮은 두 사람이 만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건 서로에게 재앙이었다.


  소년을 만나지 않았다면, 노인은 노년에 그런 고초를 겪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노인을 만나지 않았다면, 소년은 누군가를 증오하거나 계략을 꾸미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둘은 만나버렸고, 서로에 대해 동족 혐오를 느끼면서 살인 공범이 되었다.


  잘 웃고 순진하던 첫인상에서 서서히 무표정하고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로 변해가는 토드.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깐씩 떠오르는 잔인함과 파괴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한 그의 눈빛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또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 때의 추억에 젖어드는 아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고양이를 오븐에 밀어 넣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쫙 끼쳤다. 그게 그의 본성이라는 걸까?


  후반부에 그가 토드에게 묻는다. 그 때 기분이 어땠냐고.

  

  아, 그 순간 몸이 부르르 떨렸다. 원제가 왜 ‘Apt Pupil’인지 알 것 같았다. ‘모범생’ 또는 ‘우등생’이라 번역되는 제목이 너무도 적절하게 느껴졌다. 결국 아더는 토드라는 우수한 제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학교 선생에게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협박을 하고, 경찰의 눈을 속일 정도로 똑똑한 제자.


  ‘의지’는 전해지기 마련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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