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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3 SE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데이비드 핀처 감독, 시고니 위버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감독 - 데이빗 핀처
출연 - 시고니 위버
영화는 암울하고 또 암울하고 처절하게 암울하고, 그것도 모자라 밑바닥까지 암울하고 암울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렸다.
2편에서 에이리언을 무찌르고 캡슐에 잠이 든 리플리와 꼬마 뉴트 그리고 부상당한 힉스 상병.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우주선에 에이리언 한 마리가 숨어있었고, 덕분에 일이 꼬이고 만다. 혼자 살아남은 리플리. 죄수들의 유배지인 어떤 별에 불시착하는데, 그곳에서 또 다시 에이리언과 맞닥뜨린다. 지긋지긋한 관절염보다 더 악착같이 따라오는 외계 생명체. 이번에는 별다른 첨단 무기 없이, 그녀는 죄수들과 함께 에이리언에 맞서 싸워야한다.
감독이 바뀌니 극의 분위기가 또 달라졌다. 전편이 역동적이고 엄청난 화력의 무기를 이용해 싸우는 활극 중심이었다면, 이번 편은 암울하고 겉으로는 정적이지만 내면에서는 무시무시한 것이 꿈틀거리는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남자들만 있는 수용소별이라 가뜩이나 칙칙한데, 리플리까지 과감하게 머리를 싹 밀어버리고 중성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색감도 카키색과 회색이 전반적이니, 어둡다 못해 음울할 지경이다. 거기에 계시록을 읊어대는 종교 단체까지 등장하니, 이건 뭐랄까. 세상의 종말을 보는 기분이었다.
누트와 힉스의 장례식을 치르는 부분에서는 영화 ‘대부’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희생자의 시신을 우주로 내보내는 그 시간에, 에이리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영화 ‘대부’에서 알 파치노가 조카의 세례식 하는 시간에 반대파들을 싹쓸이하는 명장면이 있다.
장례식과 세례식은 의미가 다르지만, 음. ‘대부’는 새롭게 마피아의 두목으로 태어난다는 의미이고, 이 영화에서는 너희 모두를 죽이러 왔다는 뜻?
이제는 뭐랄까, 인간과 에이리언의 대결뿐만이 아니라 기업과 인간의 대결까지 복잡하게 얽혀버렸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에이리언이나 리플리는 살고자 사투를 벌인 것이고, 기업은 욕심을 위해서 끼어들었다. 종교에 심취한 맛이 살짝 간 죄수는 종말을 중얼거리고, 리플리는 자신이 홀몸이 아니라는 걸 알아버린다. 죄수들은 동요하고, 에이리언은 리플리와 교감을 시도한다.
마지막 장면은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분노했고, 이걸로 인류는 살았다는 안도감, 희생자에 대한 슬픔 그리고 아무리 암울하고 막힌 것 같아도 정신을 차리면 된다는 희망까지.
전편들이 그냥 죽고 죽이고 싸우고 도망치는 게 다였다면, 이번 편은 좀 더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줬다. 4편은 또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