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1 SE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리들리 스코트 감독, 톰 스케리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시고니 위버

 

  이 영화가 처음 제작되어 발표된 것이 1979년! 지금이 2012년이니, 만들어진 지 딱 33년이 되었다. 달걀 한 판! 그런데 지금 봐도 특수 효과가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촌티도 안 느껴지고, 구성이나 편집, 각본 등등 나무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33년 전에 이런 작품을…….

 

  보면서 ‘우와! 우와! 우와!’ 감탄사를 연발했다. 졸지에 ‘우가우가’하는 감탄사 비스무레한 것만 내뱉을 수 있는 원시인이 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말밖에 나오지 않는 영화인데. 다른 말은 전혀 나오지 않았고, 필요치도 않았다.

 

  다른 별에서 광석을 운반하는 임무를 맡은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 호. 지구로 귀환하는 도중, 이상한 신호음을 내는 폐허가 되어버린 커다란 우주선을 발견한다. 그 안에 들어가니 커다란 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안에서 뭔가가 튀어나와 승무원의 얼굴을 덮쳐버린다. 그런데 그것의 정체는…….

 

  아아, 그 유명한 장면. 평화로운 식사 시간, 갑자기 고통에 몸부림치는 대원. 그리고 그의 가슴을 뚫고 나온 에일리언!

 

  그 순간은 진짜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 전까지의 다소 지루하다면 지루할 수 있는 고요함을 한방에 깨트리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피를 뒤집어쓴 아직 눈도 못 뜬 것 같은 어린 에일리언의 날카로운 이빨과 얍삽한 인상은 대조를 이루면서, 앞으로 승무원들이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했다. 거기다 그가 벗은 것이 분명한 커다란 허물까지!

 

  커다란 우주선에서 승무원들과 에일리언이 목숨을 건 숨바꼭질을 하는 장면은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하나둘씩 놈에게 잡혀가는 사람들. 그리고 배신.

 

  인간이란 진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타인을 아낌없이 희생시키는데 일가견이 있는 존재 같았다. 생각해보니 내가 아니라 남을 희생시켜, 내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은 어딜 가나 있기 마련이다.

 

  그나저나 이 영화는 로봇과 외계인에 대해 불신감을 심어주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로봇은 거짓말은 하지 않고 인간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다는 아시모프의 계명을 가뿐하게 어긴 로봇과 인간을 종족 번식과 생명 유지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외계인의 만남.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사투.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먹고 살려고 가축을 기르고 잡아먹는다. 가축권보다는 인권이 먼저. 에일리언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인권보다는 에일리언권이 먼저였겠지. 다만 내가 인간이고,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다 인간이었다는 것 뿐.

 

  에일리언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아마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다리 네 개인 외계 생명체 잡아왔는데, 이것들이 난동을 피우고 도망가 버렸어! 이 우주 어딘가에, 에일리언들이 극장에 앉아서 낄낄대기도 하고 화도 내면서 영화를 보고 있을 것 같았다. 그 영화의 엔딩은 우리가 만든 것과 많이 다르겠지. 아마 그럴 것이다.

 

  그나저나 이 영화, 막판까지 안심을 하지 못하게 한다. 아아, 역시 살아남겠다는 의지는 인간이나 외계인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의미로 한국의 아무 출판사나 제발 ‘비글호의 모험’을 완역본으로 출판하라! 출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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