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Paco Plaza(파코 플라자)



  으음, 뭐랄까. 그동안 기다리면서 봤는데 약간 김이 새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2편의 진지한 종교적인 고찰을 온데간데없고, 오직 피와 살점이 튀기는 액션 신만이 난무했다. 물론 좀비의 근원에 대해 신부님이 얘기하기는 하지만, 금방 지나가고 뒤에 이어지는 액션들 때문에 뇌리에 그리 남지 않았다.


  시간대는 1,2편과 별로 차이 나지 않는다. 아마 같은 날, 도시의 다른 편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것이리라. 신랑의 이모부가 동물 병원에서 죽었다가 살아난 개에게 물렸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1편에서 그 건물에 사는 소녀가 자기네 집의 개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개가 죽었다 살아나면서 난동을 부려, 이상하게 여긴 경찰과 질병 관리 센터가 건물을 봉쇄했고 말이다. 그러니 같은 시간대임이 확실하다.


  영화는 한 커플의 스틸 사진으로 시작되어, 행복한 결혼식과 피로연 장면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개에게 물려 감염된 이모부가 변신을 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간다. 물고 물리고 죽고 죽이고. 행복했던 결혼식장은 피범벅이 되어버린다. 그런 상황에서도 서로를 찾아 헤매던 신혼 부부 클라라와 콜도.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변해버린 친지들과 식장을 봉쇄한 경찰들이다.


  1편의 개와 2편의 퇴마 의식이 연결되어 나오긴 한다. 그 개 때문에 사람들이 변하고, 성당에는 놈들이 들어오지 못하니까. 나중에 신부님의 활약도 멋지다. 보면서 ‘오오’하면서 감탄할 정도로, 교묘하게 전편들과 이어져있기는 하다. 특히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른 것을 통해서 볼 때 차이가 나는 좀비의 모습은 진짜 멋지다.


  그렇지만 어쩐지 카메라 시점의 아닌 ‘Rec’는 ‘Rec’ 같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콜도와 클라라가 서로를 찾아 헤매는 내용이 주를 이루어서, 두 개의 카메라를 보여주기 보다는 아예 없애버린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덕분에 ‘Rec’만의 특징이 사라졌다. 내 생각은 그렇다.


  그냥 평범한 다른 좀비 영화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클라라가 웨딩드레스를 찢고 전기톱을 들었지만, 이미 다른 영화에서 비슷한 것을 보았기에 신선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남들이 다 예스라고 할 때 혼자 노하면 죽는 것도 그렇고.


  아, 스펀지 존을 잊을 수 없다. 저작권에 걸릴까봐 스펀지 밥이 아닌 스펀지 존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던 아저씨. 결혼식에 연주되는 음악을 조사해서 저작료를 걷는다는 아저씨와 함께 큰 웃음을 선사했다.


  어쩌면 이번 편은 쉬어가는 이야기로, 좀비들과의 사투를 벌이면서까지 지키려는 숭고한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다. 감염되면 가족 친지 친구 지나가는 사람 다 죽여야 하는 마당에, 그래도 끝까지 놓을 수 없는 뭔가가 있다면 삶이 좀 더 살만하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비록 그 끝이 어떨지 알고 있지만 말이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미 다른 곳에서 나왔던 마지막 설정이지만, 그래서 좀 더 색다르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4편을 조금은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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