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사 크리스티 콜렉션 박스 (8disc)
워너브라더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어릴 적에 아버지가 청소년용 추리소설 전집을 사주셨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엘러리 퀸에 아가사 크리스티는 물론이고 007에 아이라 레빈의 작품까지 다 들어 있었다. 물론 청소년용이기에, 지금 보면 중간에 빠진 부분들도 있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에 추리 소설에 빠져들면서, 커서도 여전히 좋아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 읽은 책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맞나보다.


  이 시리즈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중에서 몇 개를 영상화한 것이다. 유명 배우들도 보고, 구체화된 포와로와 미스 마플도 보고. 일석이조의 이득을 누릴 수 있다. 물론 그들이 나오지 않는 다른 소설들도 영상화가 되었지만.


  피터 유스티노프가 주연한 에르큘 포와로는 진짜 내 상상 속의 그와 아주 많이 비슷했다. 헬렌 헤이즈가 연기한 미스 마플은 내가 상상한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13인의 만찬’에서는 페이 더너웨이의 연기가 놀라웠다. 1인 2역을 한 것 같은데, 아주 천연덕스럽게 같으면서 다른 사람의 표현을 잘 했다. 이것과 ‘3막의 살인’ 그리고 ‘죽은 자의 어리석음’은 포와로가 나오는 편이다. 책으로 읽었을 때와 또 다른 맛이 느껴졌다. 오오, 나의 포와로가 살아 숨 쉬고 말까지 하다니! 하지만 헤이스팅즈는 내가 상상한 것보다는 좀 경박해보여서 실망이었다. 내 상상 속의 그는 약간 진중한 이미지였는데 말이다.


  ‘거울 살인사건’과 ‘카리브 해의 비밀’은 미스 마플이 나오는 편이고. 특히 ‘거울 살인사건’에서 베티 데이비스를 보고는 역시 눈이 크다고 생각했다. 문득 노래 ‘Bette Davis Eyes'가 떠올랐다. 노래에 나올 정도로 크고 예쁜 눈이긴 했다. 내 상상 속의 미스 마플은 약간 자그마한 체구에 뽀얀 피부의, 그러니까 얼마 전 올림픽 개회식때 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상상했는데, 여기서는 좀……. 음, 약간 실망이었다.


  ‘갈색 양복의 사나이’와 ‘잊을 수 없는 죽음’, 그리고 ‘위치우드 살인사건’에서는 두 탐정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사건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들이 탐정 역을 맡았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래도 ‘위치우드 살인사건’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역시 포와로나 미스 마플이 나오지 않으면 난 흥미를 잃어버리는 모양이다. 내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포와로나 마플이 나오는 편을 더 많이 제작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쉬웠다. 아마 그 때문에 별점이 만점이 아닌 모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