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씨
자우메 발라구에 감독 / 브에나비스타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감독 - Jaume Balaguero(자우메 발라게로)


  스페인 영화


  처음에는 '제목이 왜 저래'라던가 '포스터가 뭐 저 모양이야?'라면서 시큰둥했었는데, 본 사람들의 평이 좋았기에 접한 영화.


  'VJ 특공대' 같은 방송이 있다. 소방관들의 일상과 그들이 겪는 사건사고를 알아보기 위해, 담당 여기자와 카메라맨이 소방서를 방문한다. 아무 일 없이 촬영을 계속하던 중, 한밤에 들어온 신고 전화. 둘은 소방관들을 따라 문제가 된 건물에 출동한다. 그런데 부상당한 사람을 운반하던 중, 이상한 비명을 지르는 피투성이 할머니를 발견한다. 그녀를 달래려는데, 갑자기 사람들을 공격한다.


  설상가상으로 건물이 봉쇄되었다. 그리고 질병 관리를 하겠다고 우주복을 입고 나타난 사람들. 게다가 할머니에게 물렸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총에 맞아 죽었다가 또 깨어나고…….


  그렇다. 건물 안의 사람들은 서서히 좀비로 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유자적하게 건물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찍던 두 기자. 하지만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달아날 길을 찾아 헤맨다. 사람들에게 물리면 안 되고, 죽어도 안 되고. 더불어 카메라에 모든 영상을 담으면서 말이다.


  블레어 위치나 클로버 필드와 비슷한 영상이었다. 은근히 사람에게 관음증에 걸린 것 같다는 착각을 주면서, 보는 사람이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리고 진짜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구조. 화면이 흔들리면 살짝 눈을 찌푸릴 때도 있지만, 나도 같이 달리는 실감이 나서 좋다.


  마치 눈밭에 뛰어노는 강아지처럼 또는 정글을 헤집고 다니는 치타처럼 이리저리 건물을 뛰어다니던 둘. 그러다가 우연히 어느 비밀스런 방에 들어가게 되고, 사람들을 좀비로 만든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사실 이 부분, 황당했다. 갑자기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었다. 보면서 이건 ‘믱미?’를 외쳤으니까. 도대체 왜 거기서 저런 설정이? 그런데 지인의 말에 의하면, 2편으로 이어진다니 기다려봐야겠다.


  후반부에 카메라에 비치는 영상들은 조금 무서웠다. 야간 촬영용이라, 온통 초록색의 세계에서 사람의 눈이 어둠 속에서 이상하게 빛나는 것이……. 거기다 비밀의 방에 있는 존재는 너무 무서웠다. 꿈에 나올까 두려울 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입을 쉬지 않는 기자의 성대가 걱정되면서도 시끄러웠다.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열심히 뛰어다녔던 카메라맨에게도 박수를. 모든 것을 알리겠다는 두 사람의 투철한 직업의식에 찬사를 보낸다.


  역시 이런 영화를 보면, 정부에 대한 불신감만 늘어간다. 사람들에게 정확히 말하기보다는 은폐와 무마로 대하니 말이다.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인가보다. 솔직히 영문도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적어도 대응책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처음엔 공황 상태에 빠지겠지만 말이다.


  영화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게 모든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2편, 3편이 계속 나온다는데 제발 쏘우 시리즈처럼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 제발 이 세계가 멸망해도, 아프지 않고 순식간에 끝났으면 좋겠다. 좀비로 살아간다는 건, 좀 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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