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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 인사이드
윌리엄 브렌트 벨 감독, 사이먼 쿼터맨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감독 - 윌리엄 프렌트 벨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의 결말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사람에게 쓰인 악령을 쫓아내긴 하지만, 소멸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악령은 언제든지 다른 사람의 몸에 나타날 수 있다는 여지를 준다. 그래서 구마라고 부르나보다. 퇴마나 멸마가 아니라. 이왕이면 확실하게 멸마를 했으면 좋은데 말이다.
그리고 어떤 엑소시즘 소재의 영화는 확실하게 악마가 있다거나 없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보는 사람의 판단에 맡기기도 한다. 있다고 명확하게 말하면 사람들이 불안에 떨 것이고, 없다고 하면 종교에 위배되니 그런 걸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신이 있으면, 악마도 있는 것이고, 귀신도 있고, 사후 세계도 있을 것이고, 당연히 저승사자도 있기 마련이다. 종교적인 면은 잘 모르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영화는 구마 의식을 받던 도중, 사람들을 죽인 엄마에 대한 서술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정신병원을 찾은 딸. 혹자는 엄마가 정신분열이라고 하고, 누구는 강력한 귀신들림이라고 한다. 이제 그녀는 두 명의 신부와 함께, 엄마에 대한 진실을 찾기로 하는데…….
엄마에 대한, 카톨릭의 구마 의식에 대한 다큐를 찍는 딸을 따라다니면서 카메라는 무덤덤하게 모든 것을 기록한다. 그러니까 핸드 헬드 기법에 다큐 형식으로 만든 영화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도 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서술하고, 인터뷰 형식의 대사의 연속이니까.
그러나 중간에 나오는 귀신들린 사람들의 기괴한 행동은 놀랍기만 하다. 온 몸에 자해한 상처는 물론이고, 뼈가 없는 것처럼 몸을 구부리면서 괴성을 지르고. 그 장면은 좀 끔찍했다. 어떻게 했는지 배우에게 놀라움도 느끼고.
그러고 보니 작년엔가 본 ‘라스트 엑소시즘’에서도 귀신들린 소녀가 몸을 기괴하게 꺾는 장면이 있었다. ‘엑소시스트’에서도 유명한 스파이더 워크 장면이 나오고. 음, 갑자기 몸이 유연해지면 귀신들림을 의심해봐야 하는 걸까.
영화 초반에 교회에서 구마 의식에 대한 강의 장면이 나온다. 그 내용을 잘 들으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지 짐작할 수 있다.
다중빙의와 전이.
영화는 예상대로 흘러간다. 그리고 열린 결말. 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열린 결말이었다. 진짜 짜증난다. 뭘 말하고 싶었는지 감독에게 따지고 싶었다. 설마 자신의 생각을 정리 못해서 타인에게 결말을 떠넘기는 건가? 이런 무책임한!
왜 귀신이 몸에 들어오는지 이유는 나오지 않았다. 믿음이 약한 자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예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믿어서 그런 일이 생기는 거라면, 애초에 믿지 않으면 생길 일이 없지 않을까? 물론 이건 하늘에 계신 그분에게 혼이 날 발언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네 주제를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떠올랐다. 믿음만 가지고 밀어붙인다고 다 이뤄지는 건 아니었다. 믿음에도 용량과 깊이가 다른 모양이다.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안전하게 남을 구할 수 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