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멘 3부작 박스세트 (3disc) - 할인행사
그레함 베이커 외 감독, 샘 닐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감독 - 돈 테일러 (2편) 그라함 베이커 (3편)

  출연 - 윌리엄 홀든, 리 그랜트 (2편) 샘 닐 (3편)


  적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린 벽화가 발견되면서 2편은 시작한다. 데미안의 열두 살 얼굴과 너무도 닮은 그림. 그 비밀을 밝히려던 사람들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1편에서 다섯 살이었던 꼬맹이 데미안은 2편에서는 12살이 되었다. 석유 회사를 비롯한 다른 많은 기업을 가진, 엄청난 대재벌인 큰아버지 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아직까지 그는 자신에게 이상한 능력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해가 될 것 같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죽어나간다. 데미안은 사촌과 함께 군사 학교에 입학을 하고, 그곳에도 그를 위한 사람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알게 되는 자신의 운명.


  영화의 마지막 장면. 그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악마의 아들로, 세상을 자기 손에 넣을 자로 그리고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끌 자로 말이다. 마지막 그의 미소에서 그런 느낌이 든다.



  그리고 3편.


  이제 데미안은 어른이 되었다. 백부와 사촌을 죽이고 기업을 물려받은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명확히 알고, 그것을 위해 앞으로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게다가 그의 옆에는 든든한 조력자까지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조력자가 영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에게 불안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예수의 재림과 자신을 죽이려는 수도회의 존재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존재를 알고 죽이려고 노력했던 그들은 지금도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는 형편이다. 1편에서 아버지에게 그를 죽일 수 있는 칼을 건넨 자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자신의 대저택 골방에 예수의 십자가상을 숨겨두고, 걸핏하면 올라가 조롱하고 비난하는 데미안. 사실 이 장면에서 데미안의 카리스마가 산산이 깨져버렸다. 뭐야, 저거 오타쿠와 다른 게 뭐가 있어? 아, 그들은 자기들의 우상을 사랑해서 수집하지만, 저 놈은 비난하려고 모은 게 다른가?


  그렇지만 꼭 그거 같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그의 인정을 받고 싶고 관심도 끌고 싶어서 별별 짓을 다했지만, 성공을 못하자 도리어 그를 죽도록 미워하는 것 말이다. 그렇지만 그 증오의 감정 밑에는 그래도 ‘날 사랑해줘, 날 봐줘, 날 인정해줘, 날 버리지 말아줘’라고 외치는 것 말이다.


  그의 눈에 들기 위해 그가 좋아할 일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짓을 해서라도 그의 뇌리에 날 기억시키고 싶다는 비뚤어진(진짜 비뚤어진 것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인간의 심리인지 모르겠지만) 심리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불쌍한 데미안. 넌 그 분을 사랑했구나. 그런데 관심 1 그램도 못 얻고 말이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 예수가 재림한다. 데미안은 어린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엄청난 계획을 세운다. 그 옛날의 헤롯왕이 그랬던 것처럼, 예수가 태어난 시간 근처에 출생한 남자 아기들을 모조리 죽이는 것이다. (과학과 성경의 만남으로 태어난 장소 근처까지는 알아냈다.) 자신을 지지하는 자들, 그러니까 악마 추종자들에게 영아 살해를 지시하는 데미안.


  그러나 수도회 사람들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데미안의 측근에게 접근해서, 그의 정체를 알림과 동시에 암살 계획을 세운다.


  목숨을 건 마지막 싸움.


  딱히 악마주의자도 아니고, 그 추종자도 아니지만 마지막에 너무나 화가 났다. 사실 영화 중반부부터 화가 나고 있기는 했다. 영아 살해라는 것이, 데미안의 악마 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뭐랄까……. 어차피 예수가 이길 거라면, 하늘의 그 분이 아들을 지키기 위해 뭔가 하실 거였다면 아기들이 죽기 전에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나? 왜 애매한 아기들의 피와 가족의 눈물이 흘러넘친 다음에야 힘을 보이신 건지.


  아니, 그렇다면 처음부터 저 높은 하늘에서 일을 잘 처리해서 데미안이 태어나지 않게 했으면 더 좋지 않나?


  하지만 사실 악마의 자식이 태어난다는 것은, 인간들을 체에 걸러버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적그리스도(악마의 자식, 데미안)의 세상이 끝난 다음에, 하늘의 그 분은 심판을 하신다고 했다. 끝까지 믿음을 지킨 자와 아닌 자들을 골라서, 믿음을 지킨 사람들만 천국에 부르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적그리스도의 집권은 '체' 이다. 인간들을 골라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누가 진실로 자신을 믿는지, 나쁘게 말하면 누가 자기편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꼭 그거 같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의 맘을 떠보려는 것 말이다. 그러다가 오해가 쌓이면 깨지는. 그렇지만 전지전능하신 분이 왜 그런 유치한 짓을 하시는 걸까? 그 분에 관한 얘기는 여기까지. 불경죄로 지옥 불에 떨어지고 싶지는 않다. 난 그냥 소심한 인간 중의 하나니까


  영화적인 구성이나 내용은 예측 가능했다. 어느 강심장을 가진 감독이나 제작자가 어린 예수를 죽이고 사탄이 승리하는 영화를 찍겠는가. 당장에 바티칸과 기독교 연합을 비롯해 돈줄이 막히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는 영화판에 발도 못 붙일 텐데 말이다.


  그런데 흐음, 뭐 저건 영화니까. 인간들이 재미있으라고 만들어 놓은 허구니까 하늘의 그 분 생각과는 다를 것이라고 잠시 희망을 가져본다. 지옥불은 너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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