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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2disc) - BBC 6부작 시리즈
사이먼 랭튼 감독, 콜린 퍼스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영국 BBC 방송국에서 제작한 6부작 드라마. 제인 오스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보면서 짜증도 나고 놀라기도 하고 감탄사도 내뱉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영국의 시골 풍경에 ‘가보고 싶다!’를 연발했고, 소설보다 더 완벽하게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베넷 부인과 리디아가 나올 때마다 ‘짜증나!’를 반복했다.
영국에서 방영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다고 한다. 다아시로 나온 사람이 눈에 익어 누군가 했더니, 콜린 퍼스. 맘마미아에서 아빠 중의 한 사람으로도 나오고,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도 나왔던 배우. 거의 15년도 전에 만들어진 드라마라서 그런가? 훨씬 젊어 보이긴 했다.
다아시는 오만하기보다는 요즘 유행하는 츤데레 같았다. 그래, 딱 그 성격이다. 갑돌이와 갑순이 노래에 나오는 갑돌이. ‘둘이는 서로서로 사랑을 했더래요.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했더래요.’
빙리는 이름 그대로 빙신 같았다. 사교적이라고 하지만 너무 웃음이 헤펐다. 여자들이 많다고 파티장에 오자마자 헤벌레~해서는. 아아, 소설을 읽으면서 ‘얘는 성격이 좀 이럴 것 같아.’라고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독자의 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모양이다.
제인은 예쁘장한 마음씨 고운 아가씨였고, 엘리자베스는 언니보다는 좀 외모가 떨어지지만 개성 있고 강단이 있는 여성으로 그려졌다.
리디아는 3무(無). 개념 없고 버릇없고 교양 없는, 오로지 자신의 본성에만 충실한 어린 아이로 나왔다. 그리고 베넷 부인은 딸들의 결혼 상대자, 즉 사위의 재산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 척도의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는, 리디아의 어른 버전이었다. 아, 진짜 베넷 부인은……. 그런 어머니 밑에서 나름 잘 자라준 딸들에게 찬사와 더불어 머리를 쓱쓱 해주고 싶었다. 베넷씨는 만사를 삐딱하게 보는 스타일이었고.
막내 리디아가 그렇게 된 것에는 베넷 부부의 방치(자유방임이 아니었다.)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딸들에게 남자를 구해주기 급급한 어머니와 집안일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아버지.
딸은 어머니를 보고, 아들은 아버지를 본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다아시가 엘리자베스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한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베넷 부인 같은 성격의 소유자가 장모라면……. 아무리 처가 좋으면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한다지만, 이건 그 차원을 넘어설 것 같다. 물론 베넷 부인이 소설 속의 인물이라 다행이다. 진짜 있다면……. 으음, 없겠지. 아마도. 없어야 한다.
영화에서는 소홀히 다루어졌던 다른 두 딸, 메리와 키티의 성격이 사소한 대사와 행동에서 잘 드러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대개의 리메이크 작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 드라마 판은 이 둘까지 다루어 마음에 들었다.
위컴은 생각보다 그저 그랬다. 그래서 소설에서 왜 그렇게 여자들이 난리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당시와 요즘의 미남에 대한 기준이 달라서 그런 걸까? 그나저나 위컴, 이 나쁜 로리콘! 아니, 어쩌면 원래 그럴 계획이 아니었는데 리디아가 너무 적극적으로 그를 노린 것은 아닐까? 하여간 그 둘은 진상 커플의 가장 적절한 예일 것이다.
다양한 성격과 생활 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과 19세기 영국의 시대상을 잘 알 수 있는 의상과 무대.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인물을 만들었고, 극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나온 영국의 멋진 자연 경관과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을 꼭 한 번 구경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어쩌면 영국 관광을 장려하는 목적도 있는 드라마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