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최인자 옮김, 제인 오스틴 / 해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원작 - 제인 오스틴

  작가 -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제인 오스틴의 19세기 로맨스 명작 '오만과 편견'. 영국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것인지 사골 국물처럼 영화로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들고, 드라마 만들고, 또 그걸 리메이크 하고, 현대 여성이 시공을 초월해서 자기만의 오만과 편견을 쓰더니만 이제는 좀비가 나오는 소설이 등장했다. 서양의 삼국지라고 하면 될까?


  이 소설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의 등장인물과 배경, 대사, 그리고 극의 전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엘리자베스와 제인, 리디아, 키티, 메리의 베넷 가 5자매와 빙리, 다아시, 위컴 등등의 등장인물이 그대로 나와서 기존의 소설과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비슷한 사건을 일으킨다.


  다만, 영국에 역병이 돌면서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 돌아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베넷 가의 딸들은 중국에서 무술을 배워 마을을 지켜낸다. 아아, 소림사 출신의 영국 아가씨들이라니! 다섯 명이 만들어내는 공격진은 그야말로 베넷 가와 마을의 자랑이었다.


  그러던 중, 그곳에 영국에서 제일가는 신랑감 중의 하나인. 무술은 못하지만 돈만 많은 빙리가 마을로 이사 온다. 그리고 그를 따라 친구인 좀비 퇴치의 일인자이자 돈도 많은 역시 신랑감 후보 중의 한 명인 다아시까지. 마을은 두 일류 신랑감 후보의 등장으로 술렁이기 시작하는데…….


  오만과 편견을 보면 언제나 드는 생각은 빙리는 과연 이름 그대로 빙신인가 하는 문제였다. 그것은 뒤이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확실히 느꼈다. 빙리는 확실히 빙신이었다. 아무래도 제인과 빙리는 원작 소설에서 베넷씨가 말하는 것처럼 하인들에게 사기당하기 딱 좋은 커플이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비슷하다.


  반면에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부부 싸움이 한번 일어나면 펨벌리가 박살날 것 같은 커플이다. 다 싸움이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으니까. 하지만 부부가 다 만만치 않은 성격의 소유자인지라, 서로 조심하고 존중하면서 살아갈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부부 싸움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머리는 있으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소설에서는 샬럿과 위컴이 너무나도 불쌍하게 묘사가 되었다. 샬럿이 무슨 죄가 있다고……. 위컴이야 거짓말과 루머 유포 그리고 돈보고 이 여자 저 여자 집적대긴 했다지만, 샬럿은 엘리자베스가 버린 떡을 주웠을 뿐인데. 게다가 그 떡은 그리 맛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혹시 엘리자베스의 현명함과 다아시의 재력 및 인품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까? 그럴 바엔 차라리 샬럿의 남편을 그렇게 만들어 버릴 것이지!


  글을 읽으면서, 확실히 작가가 위컴을 무지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그가 별로라고 생각하긴 했다. 아니, 별로가 아니라 아무 많이 무지무지 싫다. 그래서 원작을 읽으면서 리디아는 과연 그런 위컴과 살면서 행복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리고 철없는 어린 시절의 행동이 평생을 발목 잡는다는 생각도.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재미있던 장면은 다아시의 고모님이 엘리자베스에게 조카에게서 떠나라고 말하러 오는 부분이었다. 원작에서는 엘리자베스의 자존심과 사랑에 대한 열정이 드러나 있는데, 이 글에서는 그것보다는 한 판 붙자는 경쟁 의식이 돋보였다. 일본 닌자 기술을 제일이라 여기는, 좀비 사냥의 대가인 캐서린 공작부인과 중국 무술을 배운 엘리자베스의 대결은 진짜 웃겼다.


  이런 소설은 패러디로 분류가 되겠지? 음, 이런 패러디라면 정말로 재미있고, 원작자도 좋아할 거 같다.


  조만간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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