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멘 (1disc)
리차드 도너 감독, 그레고리 펙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감독 - 리차드 도너

  출연 - 그레고리 펙, 리 메믹



  요한 계시록의 모호함 때문인지, 아니면 종말에 대한 두려움인지 모르지만 악마의 아들이자 적그리스도 그리고 짐승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매력적인 소재이다. 아, 세 이름이 다 똑같은 사람을 가리킨다. 어떻게 보면 삼위일체.


  그래서 중세 시대에는 종교가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 당시는 교회에 개기는 놈은 '넌 이단이다!' 내지는 '저 놈의 새끼는 적그리스도의 기질이 충분해!' 라는 말 한마디면 끝장나는 시대였다.


  시대가 변하면서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적그리스도라는 건 영화 제작자들이나 소설가들이 애용하는 주제임은 틀림없다.


  악마의 아들이자 적그리스도이며 짐승의 아들을 다룬 작품은 많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종말과 적그리스도를 다룬 것을 고르라면, 대개 이 영화를 뽑는다.


  ‘오멘. the omen’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중에서, 종말론을 가장 상업적으로 잘 팔아먹은 작품이다. 악마주의 영화라면 ‘엑소시스트’도 있는데, 조금 다르다. ‘엑소시스트’의 악마는 그냥 악마이고, ‘오멘’의 악마는 세상을 말아먹을 악마의 후계자이니 말이다. 그리고 ‘엑소시스트’가 그냥 귀신 들린 이야기라면, ‘오멘’은 좀 더 심오하다.


  1976년에 1편이 만들어지고, 인기에 힘입어 4편까지 나왔다. 그런데 완성도로 보면, 1편이 제일인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악마의 아들로 태어난 데미안. 하지만 곱실거리는 금발과 분홍빛의 통통한 외모는 사람들에게 귀엽다 내지는 천사 같다는 느낌을 준다. 저렇게 귀여운 아이가 살인이라든지 종말과 관련이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할 수 없다. 거기다 얼마나 잘 웃는지!


  물론 그의 생부이자 악마가 안배한 유모가 오면서부터 웃음의 뉘앙스가 조금씩 달라지긴 하다.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만족감. 아직까지는 어린아이다운 느낌을 주긴 한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자신의 정체를 자각하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짓는 미소처럼 보인다. 즉, ‘니들 이제 다 죽었어.’라는 뉘앙스인 것이다. 새로운 장난감을 선물 받고 좋아라하는 꼬맹이의 느낌이랄까?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데미안의 아버지가 영국 주재 미국 대사라는 점이다. 그의 친가는 대 재벌이고. 정치와 돈의 만남. 아버지의 장례식 날, 어린 데미안의 손을 잡아준 것은 미 대통령이었다.


  지금까지 적그리스도라고 불렸던 사람을 살펴보면, 대개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힘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 이 꼬마가 성장했을 때, 어떤 힘을 어떻게 갖고 휘두를지. 평범하고 귀엽기 만한 꼬마의 내부에 똬리를 트고 자리 잡고 있는 그 무언가 때문에. 그가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나이가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