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하녀
임상수 감독, 서우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감독 - 임상수

 출연 - 전도연, 윤여정, 서우, 박지영, 이정재


  예전 흑백 영화를 나름 충격적이면서 재미있게 보았기에, 이번 칼라 판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우려도 되었다. 리메이크 영화치고 원작을 능가하는 걸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소설을 영화한 것이나 1편을 능가하는 2편도 그리 많지 않았다.


  전도연은 어찌 보면 맹하고, 어떻게 보면 순박하고 착한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엄청나게 부자인 이정재와 서우 부부가 사는 집에 하녀로 들어온다. 윤여정의 지도 아래, 그녀는 부부의 어린 딸을 돌보면서 편안하게 지낸다. 하지만 어느 날. 이정재의 유혹에 넘어가 관계를 갖게 되고, 임신을 하게 된다. 그녀의 변화를 눈치 챈 윤여정은 서우의 어머니인 박지영에게 의논을 하게 되고,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에서 박지영은 딸을 부잣집으로 시집보내는 것에 만족해하는, 그리고 딸의 지위가 흔들리는 걸 바라지 않는 극성 엄마로 나온다. 이정재가 바람피운 것을 알고 슬퍼하는 딸에게, 시어머니를 롤 모델로 삼으라면서 위로를 한다. 그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면, 결국 이 집안의 안주인이 될 있다며 그 날을 위해 꾹 참으라고 말이다. 이 집안 남자들은 원래 그렇다고, 참으라고 한다.


  그리고 쌍둥이를 임신한 딸을 대신해서, 전도연을 낙태시키려고 수를 쓴다. 결국 서우의 계획대로 뱃속의 아가는 그대로 죽어버린다.


  하지만 그 사실은 안 이정재는 참으로 오만하고 재수 없는 대사를 장모에게 내뱉는다. 장모님의 딸이 낳은 아이만 자기 아이라고 생각 하냐고. 어떻게 감히 내 아이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냐고.


  그 대사를 듣는 순간, 와-하면서 소름이 끼쳤다. 대개 알코올 중독자나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식들은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큰다던데, 이 남자는 아버지의 바람기 때문에 고생한 어머니를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았나보다.


  그 대사를 들으면서, 도대체 부부란 무엇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냥 조건이 맞아서, 집안끼리 연결된 존재?


  원작 영화에서는 비록 하녀의 유혹으로 바람을 피웠지만, 주인집 남자는 죄책감을 느끼고 그녀를 떼어놓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이번 칼라 판의 남자는 부인에게 미안함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에게 하녀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부인의 임신으로 욕구불만인 상태를 일시적으로 해소할 섹스 돌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걸까? 아니면 현대 남성들은 부인 따로 섹스 파트너 따로 구별을 할 수 있다는 걸까?


  윤여정씨가 맡은 배역은 독특했다. 원작에서는 딱히 대입할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녀를 데리고 오는 거라면, 엄앵란씨가 원작에서 나왔는데 그 배역과는 완전 다르다.


  그녀는 검사인 아들을 둔 엄마이다. 하지만 이 집안에서 하녀장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집사라고 해야 할까? 하여간 그런 역할을 맡고 있다. 부부의 큰딸은 전도연에게 맡기고, 그녀는 모든 집안일을 총괄하고 있다. 전도연에게는 군림하려고 하고, 부부에게는 깍듯이 예의를 다해 모신다.


  하지만 그렇게 인간적인 대접은 받지 못한다. 딸 정도의 어린 주인집 마님인 서우에게 주둥이를 함부로 놀린다는 비난까지 받아야 했던 그녀니까. 아들이 검사인데 말이다! 그녀는 그들이 없으면 부자의 속물의식과 저열함을 욕하고, 그들의 생활 방식을 따라한다.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다.


  뭐랄까, 재벌 밑에 검사가 있고 그 밑에 일반 서민이 있는 그런 사회 구조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서민이 제일 필요로 할 때는 외면하고 재벌의 편을 들다가, 결국 뉘우치고 서민을 도와주려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걸 보여주는 걸까?


  가장 무색무취한 인물은 전도연이었다. 솔직히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인물들에 가려서, 그렇게 돋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주인공일텐데 말이다.


  원작은 하녀를 맡은 배우는,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느껴졌는데 말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아쉬웠다.


  그런데 굳이 재벌집안으로 배경을 설정했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원작은 일반 가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남녀의 불륜과 그 대가를 보여주면서 그럴 법하다는 섬뜩함을 주었다. 하지만 칼라 판은 나와는 전혀 동떨어진 집안이 배경이라, 섬뜩함이라든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순박한 여주인공의 성격이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그녀는 단지 그와의 섹스가 좋았고, 아기를 기르고 싶다고 말한다. 돈도 필요 없고, 그냥 자신을 놓아달라고 빈다.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들을 시대가 아니다, 요즘은.


  어쩌면 그런 단순하고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전도연과 물질적이고 계산적인 박지영과 서우를 대립시키면서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와 속물근성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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