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 히가시와 도쿠야


  이건 그냥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골라봤다. 그런데 대충 몇 장 넘기다보니, 이게 웬일! 표지보다 속이 더 괜찮은 게 아닌가? 그래서 정신 차리고 진지하게 읽기 시작했다.


  신입 형사 레이코는 대 재벌 호쇼 그룹의 외동딸이다. 대개 그런 집의 여식이면 신부 수업이나 하고 있겠지만, 특이하게도 그녀는 경찰에 지원한다. 그리고 형사가 되어, 여러 사건 현장을 누비고 다닌다. 그녀의 비밀을 아는 것은 경철 고위 간부 몇 명뿐. 동료들에게 그녀는 좀 특이하지만 예쁜 아가씨일 뿐이다.


  가게야마는 호쇼 집안의 집사로, 레이코를 보살피는 것이 그의 임무이다. 30대로 추정되는, 야구 선수나 탐정이 되는 게 꿈이었다는 그. 평소에는 레이코에게 깍듯하지만, 사건을 추리할 때 그의 입은 무척이나 날카롭다.


  레이코의 상사인 가자마쓰리는 준재벌 집안의 아들이다. 그녀와 달리, 자신의 신분을 전혀 숨기지 않고 으스대는 성격이다. 그런데 사건 해결에는 별로 능력이 없어 보인다.


  첫 번째 이야기-살인 현장에서는 구두를 벗어주십시오

  두 번째 이야기-독이 든 와인은 어떠십니까

  세 번째 이야기-아름다운 장미에는 살의가 있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신부는 밀실 안에 있습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양다리는 주의하십시오

  여섯 번째 이야기-죽은 자의 전언을 받으시지요


  총 여섯 개의 단편이 들어있는 책이다. 레이코가 퇴근 후에 식사를 하면서 사건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옆에서 듣고 있던 가게야마가 나름 추리를 해서 해결하는 방식이다.


  안락의자 형 탐정 소설은 어찌 보면 단조로울 수 있는 구성이다. 그렇지만 이 글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개성 있는 주조연들이 적재적소에 포진되어, 각자의 특성을 살리는 대사와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두 주연의 밀고 당기는 자존심 싸움이 첫 번째 요소이다. 명색이 형사인데 아마추어인 집사에게 질 수 없다는 자존심과 그의 추리를 듣고 싶은 호기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레이코.


  사건 추리를 할 때만은 아가씨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뭉개버리는 독설을 서슴지 않는 가게야마. 어떻게 보면, 그는 은근히 레이코 놀리는 재미로 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피고용인이 고용주에게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아가씨. 이 정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 못하시다니 , 아가씨는 멍청이십니까?”

  “눈은 멋으로 달고 다니십니까?”

  “이런 간단한 것도 이해하지 못하시다니, 그래도 아가씨가 프로형사이십니까? 솔직히 아마추어보다 수준이 낮으십니다.”


  라는 말을 내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간간이 보이는 그의 행동이나 말은 확실히 그녀를 놀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 레이코는 ‘나도 알거든! 네 의견을 듣고 싶은 것뿐이야.’라고 얼버무린다. 해고하고 싶지만, 사건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하니 어쩔 수도 없고. 하지만 뒤끝이 없는 게 그녀의 매력이다. 가게야마도 그걸 아니까 마음껏 놀려먹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두 번째는 가자마쓰리의 존재이다. 실력은 쥐뿔도 없는 무능한 상사. 하지만 눈치는 빠르다. 은색 재규어를 타고 사건 현장에 나타나, 수시로 자신의 의견을 바꾼다. 누가 자살이라고 하면 ‘그럴듯하군.’ 그런데 잠시 후 다른 사람이 타살 같다고 하면 ‘내 생각도 그래.’ 그러면서 잘난 척하고 으스대길 좋아한다. 그런 그의 행동과 대사가 중간 중간에 양념처럼 스며들어, 웃게 만든다.


  하지만 단편이라 아쉬운 부분도 있다. 그냥 세 사람의 코미디 코너를 보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를 보면서 웃는 느낌?


  아, 그래서 저녁 식사 후에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구나. 밥 먹고 나른해지기 쉬운 저녁 시간.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웃음으로 날려버리라는 뜻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