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단편집 스티븐 킹 걸작선 5
스티븐 킹 지음, 김현우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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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의 단편이다. 또한 그의 다른 작품답게 공포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그린 마일이나 쇼생크 탈출은 공포가 아닌 휴머니즘이 철철 넘치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마음에 안 들게.


 

  킹의 원작이 영화된 것 치고 그 공포를 잘 드러낸 것은 없다는 업계의 관례처럼, 영화는 별로였다. 시리즈로 6편인가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매혹적인 소재였지만, 원작의 긴장감과 공포감은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말이지 아까운 일이다.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길을 가던 커플이 한눈을 팔다가 그만 아이를 치고 만다. 아이는 즉사. 그런데 나중에 잘 보니 아이는 차에 치이기 전에 이미 죽어 있었다. 둘은 아이의 부모에게 사정을 얘기하겠다는 일념으로 근처 마을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 곳에는 아이들만이 바글거리고 있을 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커플의 시점으로, 그들이 찾아내는 힌트와 말을 통해 추측할 뿐이다.


 

  소설에서의 묘미는 아이들이 종교에 빠져 어른들을 죽인다는 것이다. 또한 배신자는 알아서 처단하고, 자기들끼리 아이를 낳으며 옥수수 밭을 지키는 것에 있다. 그야말로 종교에 미친 집단의 광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그 대상이 아이들이니 얼마나 끔찍한가!


 

  그런데 단순히 아이들을 광신도로 몰아붙이기는 수긍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아이들이 어른들을 죽인 이유는 그들이 너무 타락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오염시키고 전쟁을 일으키고 이 세계를 파괴의 길로 몰아가는 것은 어른들이기 때문에, 순수하고 순결한 아이들이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에서 보면 일정 나이가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제물로 바친다. 은혜를 입는다는 멋진 이름으로 말이다.


 

  소년 십자군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어른들의 십자군 원정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들이 세속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라며, 순결한 아이들이 승리를 이끌겠다던 그 집단. 물론 세속에 물든 어른들이 그들을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가장 비극으로 끝난 사건 중의 하나이다. 결국 어른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어른들을 불신하는 아이들.


 

  어렵지 않게 우리 주위에서도 볼 수 있다. 불신하고 불만에 가득 차 있고, 뭔가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너무도 많다. 일부는 기성 사회를 비판하면서 반항하고 일탈하기도 하고, 일부는 어른들과 타협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내려고 하기도 한다. 또 일부는 너무 쉽게 모든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아니면 사회에 대해 외면하거나.


 

  '아이들은 아이다워야지.' 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데 아이다움이라는 것이 무얼까?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아이?

  아니면 명작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쾌활하고 말썽은 부리는 아이? 물론 그 아이들은 기본이 착해서 사고뭉치일지라도 어른들의 말은 귀담아 듣는 경향이 있다.

  아니면 나쁜 것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그야말로 무균실에서 배양되어 '세상은 아름다워~' 라고 생각하는 아이?

  그것도 아니면 조숙해서 혼자 알아서 하는 아이?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거울을 닦아주는 것은 어른일 것이다. 거울의 틀을 만드는 것도 어른일 테고.


 

  결국 소설에서 아이들이 그런 극단적인 것을 벌이게 된 원인은 어른에게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소설일 뿐인데 너무 비약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집단적으로 일어나지 않다뿐이지 비슷한 사례는 찾아볼 수 있다. 부모를 죽이는 아이들, 길가다 시비 붙은 상대를 죽이는 아이들 등등.


 

  버릇없는 아이들이 커서 버릇없는 어른이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또 자기처럼 버릇없는 아이들을 생산한다. 돌고 도는 악순환이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요즘 세상이 너무 무서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스티븐 킹은 세상을 멀리 보는 눈이 있는 작가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통찰력과 생각의 깊이가 무척이나 부러운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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