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씨씨 스페이식 출연 / 미디어파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이제부터 말할 캐리는 누구처럼 개그가 뛰어나지도, 또 누구처럼 섹시하지도 노래를 잘 부르지도 않는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왕따 당하기, 노려보기 그리고 염력으로 사람 죽이기! 똑같은 캐리지만, 사람이 다 다른 것처럼 그 능력도 다르다.


  캐리는 수줍지만 꿈 많은 십대 소녀다. 그러나 그녀는 학교에서 왕따였다.


  이유는 별거 없다. 촌스러운 외모와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어머니, 그리고 너무도 순진한 성격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그녀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광신도인 어머니는 그녀가 선택한 게 아니었다. 그런 집안에서 그녀가 자신을 꾸미지 못하게 된 것도 그녀의 의지는 아니었다. 또한 다른 아이들보다 더 순진하고 순수하게 자란 것도 그녀가 고른 게 아니다.


  오로지 선천적인 요인 때문에 그녀는 왕따를 당하고 만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확실히 비이성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있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특히 여자의 순결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과거에 어떤 일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된다. 그녀는 이제 막 생리를 시작한 딸을 죄악에 빠졌다고 학대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캐리는 다른 아이들처럼 멋을 내거나 누구와 만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가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만약에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에게 반항한다거나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였으면 뭔가 달라졌겠지만, 캐리는 엄마에게 순종하는 순해빠진 순둥이였다. 그래서 반항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엄마의 학대와 친구들의 괴롭힘을 참아내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제일 행복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괴롭힘을 받은 그녀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유명한 장면이 여기서 나온다. 친구들의 계획대로 파티의 퀸으로 뽑혀 좋아하는 그녀의 머리 위로 쏟아진 돼지 피. 그리고 들리는 비웃음과 손가락질.


  이 모든 상황은 그녀를 미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결국 그녀는 초능력을 발휘해서 친구들을 다 죽이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녀의 죄를 사하겠다며 칼을 든 엄마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왜 그녀가 그런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억눌린 그녀의 정신이 내적으로 쌓이고 쌓이면서 그런 힘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사춘기 불안정한 아이가 있는 집에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더 잘 일어난다는 말도 있으니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옛말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캐리의 엄마가 좀 너그러워서 그녀를 풀어줬으면 어땠을까? 만약에 캐리의 그런 상황을 이해하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런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려면 이해와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혼자서 잘났다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기에,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분노하고 서로를 파멸시키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한없이 애정을 갈구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중간 중간에 보면 존 트라볼타랑 캐리 피셔(레이아 공주)의 젊은 시절 모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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