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연인 (2disc)
손재곤 감독, 박용우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황대우는 외모 괜찮고 직업도 대학 강사라는 폼 나는 것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는 노총각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 하나 : 그는 언제나 완벽한 여자. 즉, 외모와 머리가 일치하는 여자와 사귀는 것을 삶의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이유 둘 : 여자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한다.


  위의 두 가지 이유로 그는 오늘도 미팅에서 채이거나 상대 여자의 외모와 머리가 합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사는 오피스텔(아파트였나?)에 미모의 여성이 이사 온다. 게다가 이삿짐을 흘낏 보니 미술품에 클래식 음반에, 취향도 고상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다. 알고 보니 취미는 독서요 전공은 미술. 얼굴과 몸매, 목소리 모든 것이 완벽하게 보이는 그녀. 황대우는 미나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드디어 순서대로 데이트와 키스까지 진도가 나가게 된다.


  비록 그녀의 친한 친구가 술주정뱅이에 교양이 없어 보이는 여자라고 해도, 그녀의 집에 수상한 남자가 얼씬거려도 그는 그녀만 있으면 좋을 뿐이었다. 그런데 조금씩 뭔가 이상한 점이 드러나는데……. 과연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제목은 까먹었지만, 예전에 보았던 프랑스 영화였다. 유명 작가인 여자가 남편감을 고르기 위해 남자 친구들을 부르는데 어찌된 일인지 하나둘씩 사고로 죽게 되고, 그녀는 동생과 시체를 처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코미디 영화였다.


  이 영화도 그런 분위기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남편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유산 상속을 노린 것이지만 말이다.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중반에 너무 쉽게 밝혀져 조금 아쉽긴 했다. (아니, 조금만 주의 깊게 보면 초반부터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미나 역을 맡은 최강희는 귀여웠고, 대우 역을 맡은 박용우는 여전히 어눌한 연기에 어울렸다.


  그래서일까? 최강희가 아무리 칼을 들고 사람을 죽여도, 얼굴에 땀과 흙을 묻혀가며 삽질을 해도 진지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박용우가 여자들에 대해 중얼거리거나 강의를 하는 것을 보면 조만간 잘리겠구나하는 생각만 들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은 여자는 약하지만, 돈독이 오른 여자는 강하다였다. 돈을 노리고 협박하는 남자들도 가차 없이 처리해버렸다. 물론 시체처리도 확실히.


  그녀에게 친구란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있는 것은 그녀의 돈을 가로챌 궁리만 하는 인간들만 있을 뿐이었다.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선택한 것이었다. 그럴 위험을 각오하고 일을 벌였을 테니까.


  그녀의 정체를 알아버린 대우가 고뇌하는 부분은, 글쎄? 한국 정서는 확실히 아니었다. 그리고 결말 역시 할리우드 영화 식이었 다. 그래서 같이 보신 어머니는 저게 뭐냐고 버럭 하셨고, 작은 올케는 재미있다고 했던 모양이다. 확실히 할리우드 식 영화에 길든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춘 영화였다.


  한국 정서에 맞는 고전 영화라면, 아마 박용우가 그녀를 눈물로 설득해서 자수를 시키고 끌려가는 그녀를 보면서 '기다릴게!' 라고 외치는 엔딩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막 비장한 노래가 흐르면서 눈물을 흘리며 참회를 하는 최강희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끝이 날 테고 말이다.


  다른 영화를 패러디한 포스터가 무척이나 재미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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