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스내처 - 이색작가총서 1
잭 피니 지음, 강수백 옮김 / 너머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원제는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55년 초판 발행. 1978년 개정판 발행)

  snatcher [snǽt] n. 1 날치기 ((도둑)) 2 유괴 범인; 묘 도굴꾼, 시체 도둑 3 《미속어》 순경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머니가, 아버지가, 형제 자매가, 친구들이, 학교 선생님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진다면? 얼굴, 목소리, 습관, 상처 자국 그리고 예전에 있던 일들까지 다 알고 있는, 겉보기에는 똑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엔 다른 점이 없고 나에게만 그것이 느껴진다면? 나는 미친 것일까? 아니면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변해버린 것일까?

  미 캘리포니아 주의 작은 마을 밀 벨리. 마일즈는 이혼의 아픔을 딛고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병원을 개업한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가던 어느 날 첫사랑인 베키가 상담을 하고자 찾아온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사촌인 윌마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윌마는 자신을 키워 준 숙부 부부가 바꿔치기 당했다고 주장한다.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가짜''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상담을 해오는 마을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자, 마일즈는 동료 의사들과 이 증상을 파헤친다.

  결국 집단 히스테리라는 결론을 내리며 한숨을 돌리는 그의 앞에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시작하는데...

  1956년, 1978년 그리고 1993년에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인데, 운 좋게도 1978년작과 1993년작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렇지만 1978년작은 너무 어릴 적에 봐서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고 딱 한 장면만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1993년작을 보고서야 ''아 그 때 본 것이 바로 저거였구나'' 하고 알았을 정도니까. 그리고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기묘하게도 같은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설과 영화가 다 느낌이 달랐다. (그런 느낌을 갖게 해 준 각색가와 감독의 연출력에 잠시 경의를...)

  영화에서는 끝없는 절망과 결국 상대에 굴복하고 마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렸다면, 소설에서는 일말의 불안감은 있지만 결국은 마지막 승리 - 불완전하다 할지라도 - 를 거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어떤 것이나 그렇게 행복한 결말은 아니었다. 지구에 사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을 호러 SF 또는 사회 비판 SF라고 한다. 음, 난 사회 비판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면 ''그것'' - 무엇인지 밝히지는 않겠다. 가장 중요한 실마리가 될테니 말이다 - 에 의해 바뀐 인간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슬프고 기쁘고 좋고 싫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느껴서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로만 인식한다. 그래서 그들에겐 욕망도 없고, 질투도 없다. 결국은 싸움도 없고 전쟁도 없는 사회가 되버리는 것이다.

  LOVE & PEACE are all around the world!

  존 레논의 노래 가사 같은 그런 이상적인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사자와 어린 양이 같이 뛰어놀고, 뱀과 아기들이 같이 뒹구는 그런 낙원이 펼쳐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지금 그런 장면을 상상하며 멋지다~ 하고 감탄하지 않았는가?

  소설의 주인공인 마일즈도 자신을 설득하러 온 죽마고우의 모습을 한 '그것'의 설득에 잠시 망설였다. 전쟁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끝없는 인간의 빗나간 욕망이 어떤 범죄를 저지르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의 그런 주장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 일체의 개성을 말살하고 똑같은 생각에 똑같은 꿈을 꾸는 댓가로 보장받은 평화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기가 힘들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소설은 인간의 몸을 빼앗아 살아가는 존재와 주인공의 대립을 통해 결국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회 체제를 비판하고 있다.

물론 가장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죽마고우가, 친지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동네 사람들이 낯선 타인이 되어 자신을 죄어온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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