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어렸을 적에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만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만약에 주인공이었다면 이렇게 했을텐데, 그렇게 말하지 않고 다르게 했을텐데, 다음에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재미있겠다....'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보면 어느 틈엔가 처음 이야기와는 동떨어지진 스토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사람들이 패러디를 쓰는 것이 바로 이런 재미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또 당연히 책을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주인공들과 얘기하면 참 재미있겠다.'



  물론 그 생각은 외국 책의 주인공은 외국어를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말았지만. 하여간 이 책을 쓴 작가도 그런 공상을 많이 한 사람같다. 물론 이 작가는 글 재능이 철철 넘치다 못해 홍수를 이룰 정도이지만 말이다. 



  서즈데이 넥스트 (Thursday Next) 이 글의 주인공인 여자이다. 목요일에 태어났다고 딸네미에게 서즈데이라는 이름을 붙인 무시무시한 작명 센스를 가진 부모님을 가진 그녀는 영국 런던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특수작전망 문학 조사반] 이라는 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물론 현대의 영국에는 이런 기관이 없다. 그녀가 사는 곳은 아직까지도 크림 전쟁이 130년이 넘게 계속되는 곳으로 [시간 경비대]가 할동하고 초능력을 지닌 범죄자들이 날뛰고 흡혈귀나 늑대 인간 같은 종족들이 활동하는 그런 곳이다. 


  가장 잔인무도한 범죄자 3위인 놈이 있다. 아케론 하데스가 그의 이름인데, 이자의 능력은 그야말로 신출귀몰해서 그 누구도 그자의 본 모습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서즈데이만 빼고 말이다. 


  그리고 서즈데이의 삼촌이자 괴짜 발명가인 천재 마이크로프트가 책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낸다. 당연히 이 사실을 안 아케론은 그를 납치해간다. 그리고 박물관에서 ''제인 에어'' 원본을 훔쳐간다. 그가 기계를 이용해서 제인 에어를 소설 속에서 빼내오자, 1인칭 시점인 소설 제인 에어는 엉망이 되버린다. 1인칭 시점의 글에서 주인공이 사라지면 누가 글을 이끌어 간단 말인가!! 게다가 원본에 손을 댔기 때문에 모든 번역본이나 복사본들 역시 그 영향을 받고 만다.


  이제 서즈데이는 막중한 임무를 띠게 된다. 아케론을 잡고, 제인 에어를 구출해서 소설 속으로 돌려보내야 하고, 그 망할 놈의 기계를 이용해 먹으려는 군부보다 먼저 삼촌을 구해야 한다. 거기다가 늦게 깨달은 사랑도 지켜야 하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탄한 것은 작가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지 않고, 그렇다고 티나지 않게 교묘한 방법으로 글 속에 녹여버렸다는 점이다. 영국의 역사나 문학 작품에 관한 것들을 너무 긴 서술 없이 그렇다고 등장 인물의 긴 설명 없이,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사실 우리가 영국 문학이나 역사에 관해 그렇게 많이 알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전공자가 아니면 말이다. 그렇지만 이 작가는 그런 사람도 배려해주었는지, 전혀 개의치 않고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마틴 처즐릿]이 무엇인지, [제인 에어]가 무엇인지 안 읽어본 사람들도 빠져들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마틴 처즐릿]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읽고 싶어졌다. 조만간 도서관과 서점을 뒤질 생각이다.)


  그리고 또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시공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너무 철학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개념도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시간 이동물 가운데 몇몇 작품은 너무 철학적인 면이 강한 부분이 많았다. 그냥 유쾌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정도의 무게감이 있었다. 너무 경박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그렇지만 뭐니 뭐니해도 제일 압권이면서 강추하는 부분은 마지막 부분일 것이다. 제인 에어의 그 반전은 정말이지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될 것이다. 그걸 쓰면 글을 읽는 재미가 반감이 아니라 70%가 팍 줄기 때문에 생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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