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Fear Of Crocodile, Crocodile Fangs, 1977
감독 - 이원세
출연 - 바암 유갈리, 신인일, 민우, 왕은희, 마자푸러다, 스푸라나반드
호러타임즈 2022년 온라인 상영회에서 본 작품이다. 한국과 태국 합작으로 만든 영화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악어의 습격을 다루고 있다.
태국의 어느 지방에 거대한 악어가 나타난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한 가족이 그곳을 방문한다. 그리고 수영을 즐기던 사람들은 악어의 습격을 받는다. 예상치도 못했던 악어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두 남자는, 현지인과 힘을 합쳐 악어를 죽이기로 하는데…….
제목을 보면, 영제가 두 개다. 앞엣것은 다음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것이고, 뒤엣것은 네이버에 적힌 제목이다. 무엇이 정확한 것인지, 두 포털에서 합의를 봐주면 좋겠다. 참고로 KMDB에서는 이 영화의 영제를 Crocodile Fangs로 적어놓았다. 음, 그러면 다음이 잘못한 건가?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감독님에 관해 알아봤는데, 좀 놀랐다. 작품 목록에 ‘엄마없는 하늘아래, 1977’ 3부작 시리즈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81’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 작품들과 이 영화는 장르가 다른데? 아, 그래서…….
그렇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래서였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가 긴장감도 없고, 무섭지도 않으며, 악어가 그다지 흉포하게 보이지도 않고, 스릴도 없었던 것이다. 악어의 시선으로 주변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고, 악어가 해안가 마을 하나를 박살 내는 부분도 있고, 사람들이 공황상태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악어가 조용히 그 밑을 돌아다니는 장면도 들어있는데,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있게 본 것 같다. 이건 내가 크리쳐물을 좋아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작품은 ‘죠스 Jaws, 1975’였다. 특히 후반부에 소수의 인원이 작은 배를 타고 악어 사냥을 떠나는 장면에서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설마 죠스의 영향을 받아서 제작했는데, 상어 대신 악어로 바꾼 것일까? 잘 모르겠다.
음, 2019년 첫 번째 상영회 때 본 작품은 ‘인사대전 人蛇大戰, 1983’이었고, 작년 온라인 상영회 작품 중의 하나는 ‘Sssssss 스네이크, 1973’이었다. 전에도 적었지만, 호러타임즈 회장님의 취향이 무엇인지 확실히 드러나는 선정이라 할 수 있다. 문득 그분의 집에 가면 막 뱀술이 수십 병 담가져 있고, 도마뱀 같은 거 기르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Kmdb와 포털 영화 담당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아무리 줄거리라고 해도, 어떻게 결말까지 다 적어놓을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영화를 좀 본 사람들이라면, 대충 어떻게 흘러가겠다고 파악하는 눈치가 있기 마련이다. 이 작품 역시, 결말이 어떻게 끝날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용을 끝까지 다 적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그리고 이왕 줄거리를 적으려면,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쓰는 게 기본이 아닐까 싶다. 아, 혹시 그 사람들이 본 것과 내가 본 게 좀 다른가? 흐음,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만약 버전이 다른 것이라면, 반성하라는 말 취소!
그나저나 ‘해치웠나?’라는 말을 하면 안 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한 법칙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