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GUIMOON: The Lightless Door, 2021
감독 - 심덕근
출연 - 김강우, 김소혜, 이정형, 홍진기
1990년, 관리인이 수련원에 묵은 사람들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 수련원은 문을 닫는다. 1996년, 세 명의 대학생이 공모전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폐수련원에 몰래 들어간다. 그들은 수련원 옥상에서만 붉은 달이 뜨는 날이 있으며, 그 날이 바로 이승과 저승이 연결되는 시간이라는 소문을 듣고 그걸 찍으러 온 것이다. 1998년, 폐수련원 철거 공사 중, 벽 안에서 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시체를 발견한 직원은 폐인으로 지내다가 자살한다. 결국, 수련원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크게 굿판을 벌이지만 무당이 뭔가에 홀려 죽고 만다. 그리고 4년 후, 죽은 무당의 아들이자 심령연구소 소장인 ‘도진’은,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해 수련원으로 들어간다. 그는 1990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원혼을 하나씩 성불시키기로 한다. 그런데 그는 1996년에 실종된, 세 대학생과 마주치게 되는데…….
도진이 폐수련원으로 간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것 말고 또 한가지가 있다. 굿을 하기 전에 어머니가 이번 일은 불안하다며 같이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굿을 하다 자살을 했으니, 그는 죄책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능력이 뭔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어떤 조건만 맞으면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는 과거인 1990년으로 돌아가 숙박객 명부를 보고 하나씩 찾아가 제령을 하기 시작했다. 다만, 숙박부에 없던 인물이 등장하고 예상치 못했던 1996년의 학생들을 만나면서 일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진은 과거 이 수련원에서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영화는 꽤 볼만했다. 악령이나 원혼의 이미지가 오싹하니 잘 만들었고, 그 등장씬도 ‘오!’할 정도로 괜찮았다. 배경이 되는 폐수련원도 음습하니 잘 만들었고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를 너무 꼬아서 처음에는 이게 무슨 흐름인가 감을 잡지 못했는데, 리뷰를 쓰려고 다시 한번 보니까 이해가 갔다. 모든 비극은, 자식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버지 때문이었다. 음, 이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밝히지 않겠지만, 어, 그러니까 그 당시에는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거나 아직 세계적인 연구가 알려지지 않아서, 아이가 앓고 있는 병이 뭔지 정확히 모르고 불길하다거나 재수 없다고 외면하는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인 마음이 쌓이고 쌓여서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것이고. 음, 하지만 부모라면 자식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다고 해도 보듬어줬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사람이 저지른 일은, 부모·자식을 떠나서 인간으로도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다. 편하게 죽지 않고, 죽어서도 좋은 곳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음, 사실 이 설정에 관한 힌트는 영화 초반에 이미 등장한다. 그걸 봤을 때,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이상하다며 넘겼는데 후반에 가서야 그 비밀이 밝혀진다. 그런 부분은 좋았다.
아쉬운 건, 주연을 맡은 배우의 카리스마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것 같은데 전혀 주인공이라 느껴지지 않는……. 차라리 대학생 중 여학생이 더 주인공 같았다.
이 작품에서 제일 마음에 든 건, 상영 시간이었다. 85분이라니, 참으로 마음에 든다. 그나저나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다른 작품이 많았는데, 그중의 하나가 아무리 애써봐도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동양 영화였고, 일 년에 하루였나 한 달이었나 죽은 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그런 작품이었는데……. 하아, 뭐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