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Malignant, 202
감독 - 제임스 완
출연 - 애나벨 월리스, 매디 해슨, 조지 영, 마이콜 브리아나 화이트
폭력적인 남편 때문에 두 번이나 아기를 유산한 ‘매디슨’. 세 번째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은 또다시 그녀를 폭행한다. 그날 밤, 정체불명의 존재가 집에 침입해 남편을 죽인다. 병원에서 눈을 뜬 매디슨은 남편과 아이를 동시에 잃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남편 때문에 연락이 끊겼던 동생 ‘시드니’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는 남편이 죽던 날 침입했던 존재가 누군가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마치 자신이 그 현장에 있는 듯한 그런 느낌. 매디슨은 동생과 함께 담당 형사를 찾아간다. 형사는 처음에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정말로 시체가 발견된다. 자료를 조사하던 경찰은 살해당한 의사들이 모두 똑같은 병원에서 근무했고, 매디슨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데…….
감독의 이름을 보면 무척이나 익숙하다. 제임스 완.
그런데 영화를 보면, 그의 전작인 영화 ‘컨저링 The Conjuring, 2013’이나 ‘인시디어스 Insidious, 2010’와 분위기가 달랐다. 사람을 긴장시키고 쫄깃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걸 보니, 감독의 작품이 맞았다. 그런데 몇몇 장면은 위의 두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상당히 잔혹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이 감독의 데뷔작이 ‘쏘우Saw, 2004’였지. 또한, 경찰서에서 보여주는 현란한 액션 싸움 장면에서 또다시 깨달았다. 아, 맞다! 난 안 봤지만, 이 감독 얼마 전에 액션 영화도 찍었었지 참.
그러니까 이 영화는, 감독이 지금까지 만들었던 모든 장르를 다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기본은 공포로 깔면서 잔혹한 장면을 집어넣고, 그러면서 동시에 스릴러 적인 면을 가미하고, 액션 장면까지 추가하여, 하나의 작품에서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되면 열에 대여섯은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어봤어.’ 식의 흐름이 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좀 달랐다. ‘내가 이것저것 다 잘 해서 그냥 다 넣어봤어.’가 되어버렸다.
영화는 그 모든 설정을 제거하고 나면, 딱 한 가지. 가족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입양아라는 상황 때문에 자신만의 가족을 갖고 싶었던 여자가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자신을 위해주고 걱정하며 아껴주는 진정한 의미의 가족을 찾는 영화였다. 언니를 좋아하는 동생 덕분에 자기 자신의 존재 의의를 깨닫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이런 훈훈한 이야기를 공포 영화로 만든 감독의 재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아, 하긴 컨저링이나 인시디어스 다 가족 영화이긴 했다. 둘 다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 구성원들을 이간질하고 위험에 빠트리는 외부적인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합심하고 똘똘 뭉치는 영화이긴 했다. 이번에는 엄마와 딸, 언니와 여동생이 서로를 보호하고 구해주는 내용이었다. 아, 그래서 디즈니 영화 설정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까? 하지만 가족의 이야기라면, 찾아보면 비슷한 설정은 많지 않나? 그걸 어떻게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며 독특한 묘미를 주도록 바꾸는 게 관건일 것 같다.
물론 ‘어떻게 저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설정이 있긴 한데, 공포 영화에서 그런 걸 따지는 건 의미 없는 일이기에 패스하겠다. 아, 그런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이상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음, 사실 중간에 몇몇 대사만 첨가했어도 괜찮았을 수도 있지만, 그걸 집어넣으면 반전의 충격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으려나? 그래서 넣지 않은 모양이다.
꽤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앞으로 감독이 또 어떤 장르의 작품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