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Don't Breathe 2, 2021
감독 - 로도 사야구에스
출연 - 스티븐 랭, 매들린 그레이스, 브렌단 섹스턴 3세, 스테파니 알실라
불이 난 집 근처에 한 어린 소녀가 쓰러져 있다. 그로부터 8년 후, 1편의 눈먼 노인인 ‘노먼’은 한 소녀를 딸이라 부르며 생존 훈련을 시킨다. 아이는 지금까지 ‘쉐도우’라는 강아지를 친구삼아 집안에서만 살아왔기에,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어 한다. 노먼은 여러 가지 조건을 걸다가 결국 ‘헤르난데스’라는 사람에게 딸을 부탁한다. 아이는 처음 보는 바깥세상에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그런 아이를 눈여겨보는 수상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날 밤, 그들은 노먼과 아이가 사는 집에 쳐들어오는데…….
몇 년 전,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본 영화가 있다. 감독이나 배우 중에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없던, 그나마 얼굴이 익숙한 사람이 딱 한 명 있던, 그런 작품이었다. 그런데 우와! 영화는 그야말로 보는 내내 원제목 그대로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팝콘 먹는 소리 내면 극 중 인물이 스크린을 뚫고 나와 죽여버릴 것 같았다. 2편이 나올 것 같은 마무리였기에, 언제 나오려나 나오면 꼭 보러 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1편의 노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속편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연 그 눈먼 노인이 이번에는 누구와 어떤 사건에 휘말렸을지, 어떤 긴장감과 몰입감을 안겨줄지 잔뜩 기대되었다. 하지만 이번 2편은 전편과 달리 그렇게까지 보는 내내 긴장을 한다거나 눈을 뗄 수가 없다거나 숨소리를 내면 죽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흐음, 노인이 등장하고 집안의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싸우고……. 상대도 1편의 어설픈 꼬꼬마 빈집털이범이 아닌 무기도 잘 다루고 주먹질도 잘 하는 프로 강도들인데 왜 그럴까?
아, 그렇다. 싸우는 장소가 바뀌었다. 중반 이후, 노먼이 악당들과 싸우는 장소는 그의 집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그 전까지는 노먼의 통제가 가능한 장소에서, 그가 설치해놓은 함정과 여러 가지 장애물을 바탕으로 상대와 싸웠던 설정이 바뀌었다. 장소의 이점 대신 앞이 보이지 않는 단점을 가진 노먼과 앞이 잘 보여 활동이 자유로운 장점 대신 장소가 낯설다는 단점을 가진 상대의 대결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각자 장단점을 갖고, 어떻게 보면 공평한 상황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싸우는 과정은 보는 이를 긴장하게 했다.
하지만 그 장소가 바뀌면서, 노먼이 가졌던 장소라는 이점이 사라지면서 극의 매력도 반감되었다. 대신 딸을 빼앗긴 아버지의 고군분투기라는 평범한 설정을 가진 작품이 되어버렸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그 아빠의 눈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노먼의 싸움 실력은 그야말로 엄청나고 대단하고 훌륭하고 뛰어나기에,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건 영화의 재미를 또 잘라내 버렸다. 다른 액션 영화와 별로 다르지 않은 흔하디흔한 분위기의 작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 거면,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액션 장면이라도 하나 넣던가.
1편의 독기가 싹 빠진 노먼의 태도에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러다 문득 ‘이 노인네, 죽은 다음에 천국 가고 싶어서 회개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나이를 생각하면, 죽은 다음이 걱정되긴 할 거 같다. 1편에서 길이길이 남을 엄청난 일을 저질러놨으니……. 사실 딸이라며 어린 소녀를 기르는 걸 보고, 설마 쟤를 키워서 1편에서의 그 짓을 또 하려는 거냐는 불안함도 없지는 않았다. 음, 소녀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바깥으로 도망치려는 내용도 괜찮을 거 같은데? 밖에서 우연히 만난 아이들과 어찌어찌 연락이 닿아서 도움도 받고, 그 아이들이 도와주겠다고 왔다가 함정에 빠지고……. 1편과 너무 비슷한 흐름이 되려나?
전편을 생각하면, 좀 아쉬웠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