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조바른
출연 - 성준, 김홍파, 김보라, 김재화
웹툰 작가 '지우'는, 작품 소재를 얻고자 ‘광림맨숀’이라는 아파트를 찾아간다. 그곳은 오래되고 상당히 낡은, 그래서 기이한 소문이 도는 건물이었다. 지우는 관리인을 찾아가, 아파트에 얽힌 괴담을 듣고 관련자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는 그 아파트가 과거 ‘광림교’라는 사이비 교단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광림맨숀이라는, 상당히 오래된 허름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다섯 개의 사건을 다룬 옴니버스 영화이다. 처음에는 그냥 기이한 일이 일어나는, 집값 때문에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장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후반에 가서는, 왜 그 아파트에서 그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밝힌다. 위에 적은 사이비 교단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교주가 제일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파트 504호에서 일어난 일이다. 글을 쓰기 위해 집을 얻은 작가가 주인공이다. 조용한 분위기를 원했지만, 매일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아파트를 뒤지던 그는 낡고 더러운 아이들의 실내화를 수십 켤레 발견하는데……. 아파트 얻을 돈으로 절로 갔다면 좋았을 텐데.
두 번째 이야기는 907호가 배경이다. 아파트 근처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는 유부남과 불륜관계이다, 어느 날 그녀는 기이한 현상을 겪는다. 그리고 불륜남이 그녀를 찾아와 숨겨달라 얘기한다. 알고 보니 그는 아내와 자식을 죽이고 도망친 것인데……. 불륜을 저지르는 것들에게 줄 동정 따위는 없다.
이 두 이야기는 관리인이 지우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다음 이야기는, 지우가 직접 관련자를 찾아 들은 내용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708호에 살던 부동산 중개인이 주인공이다. 그는 사고매물을 속여 팔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의 아파트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데……. 문득 주온 비디오판의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네 번째 이야기의 배경은 604호다. 주인공은 유학생으로, 오랜만에 귀국해 친구네 집을 찾아왔다. 예상과 달리 친구의 집은 곰팡이로 뒤덮여있었고, 심지어 음식물마저 상한 것뿐이었다. 이상한 건, 친구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음식을 먹으며 생활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친구의 집을 청소해주기로 마음먹는데……. 나도 주인공 같은 친구 있으면 좋겠다. 밥 주니까 청소 구석구석 해주는,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아파트 관리인이 들려주는 1504호의 비밀이다. 아파트의 비밀이라고 해야 할까? 지우는 나름대로 조사한 결과, 광림교와 이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일이 연관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관리인에게 사실을 알려달라 추궁한다. 관리인은 지우에게 1504호의 열쇠는 주는데…….
어떤 작품의 리뷰에서 적었더라, 일본 영화 ‘잔예-살아서는 안 되는 방 The Inerasable, 残穢【ざんえ】 ‐住んではいけない部屋‐, 2015’였던가? 아니면 그 소설 ‘잔예 殘けが, 2014’였던가? 아니면 둘 다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집터라는 건 무척이나 중요하다. 공포 작품들을 보면 전주인이 누구였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알아야 하는 건 기본이고, 그 집이 지어지기 전에 무엇이 있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큰일 난다. 물론 공포 장르의 설정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미신이라고 여기기엔 좀……. 하여간 여기서는 전에 살던 사람들이 문제였다. 그 원한이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광림맨숀이 되어버렸다.
짧은 이야기의 특성을 잘 살려, 음산한 분위기를 잡다가 재빨리 강한 인상을 주는 장면으로 마무리하는 흐름은 괜찮았다. 뒷이야기는 보는 이의 상상에 맡기는 것도 좋았다. 단편이기에 질질 끄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이야기와 장면만을 효과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 TV 시리즈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다는데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