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Vampires vs. the Bronx, 2020
감독 - 오스마니 로드리게즈
출연 - 제이든 마이클, 그레고리 디아즈 4세, 사라 가던, 쉬어 위햄
재개발이 한창 중인 뉴욕의 브롱크스. ‘미구엘’은 가게를 팔고 떠나는 사람들과 실종자만 늘어나고 마을은 좋아지는 것 같지 않다고 투덜거린다. 우연히 뱀파이어들이 흑인을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 미구엘. 하지만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친구인 ‘바비’와 ‘루이스’ 정도. 미구엘과 친구들은 마을의 가게를 주로 사들이‘머노 부동산’에 주목하는데…….
아이들이 주역을 맡은, 그래서 19금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 영화다. 예전에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도 19금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본 것 같은데, 이 작품은 그러지 않았다. 악당의 수준이 딱 주인공 아이들에 맞춰져 있어서, 복잡한 음모를 꾸미지도 않았고 잔혹하지도 않았으며 악당의 포스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검은 옷을 즐겨 입고 창백한 얼굴에 송곳니를 드러내니 뱀파이어라는 걸 알 정도?
극의 흐름도 전형적이고 평이해서, ‘어떡해’를 연발하며 마음 졸이면서 볼 필요 없었다. 물론 아이들이 나오는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부모를 비롯한 주위 어른들이 아이들 말을 들어주지 않고 도리어 나무라고 놀리는 장면은 꼭 들어있다. 여기서는 현대 과학 문명을 사용하는 십 대들답게, 라이브 방송으로 실시간 창피를 주고 있다. 그 부분에서 아이들에게 감정이입을 하여 같이 부끄러워하거나 분노하지만 않으면, 무난하게 볼 수 있다.
굳이 한 마디를 더 보태자면, 브롱크스에 사는 사람들은 라틴계와 흑인이 대부분이었다. 반면에 뱀파이어나 부동산 직원은 거의 백인이었다. 그러니까 가게를 팔고 떠나거나 실종되는 사람은 거의 흑인이었고, 월세를 올리거나 가게나 건물을 사는 사람은 백인이었다는 말이다. 아, 떠오르는 게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가게를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임대료나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정든 곳을 떠나야 하는 그리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와 반대로 자본을 바탕으로 건물을 사들이는 사람들 말이다. 악당이 뱀파이어인 것도 그런 맥락에서인 것 같다. 대기업이나 거대 자본을 가진 이들은 서민의 고혈을 빨아먹고, 뱀파이어는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부분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에서는 아이들이 음모를 파헤치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만, 현실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게 영화라고 한다면 뭐…….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뱀파이어들의 패션은 영 아니올시다다. 티를 내고 싶어 안달이 난 것도 아니고, 굳이 그렇게 하고 다니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