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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여우가 잠든 숲 세트 - 전2권 ㅣ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Im Wald, 2016
작가 – 넬레 노이하우스
타우누스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이다.
캠프장에 있던 캠핑카가 폭발하는 사고가 벌어진다. 불길을 진압하고 나니, 한 남자의 시체가 차 안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요양원에 있던 한 노부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며칠 후, 교구의 노신부가 자살을 위장하여 살해되는 일마저 벌어지자, 마을은 연쇄살인의 공포에 휘말린다. 수사반장인 ‘보덴슈타인’은 이 모든 사건이 42년 전 일어났던 소꿉친구의 실종과 연관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소련에서 이주했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했던 소년 ‘아르투어’. 어린 보덴슈타인은 아르투어와 친구가 되었고, 여우를 기르면서 우정을 기르고 있었다. 하지만 소년과 여우가 갑자기 사라지고, 보덴슈타인은 이후 친구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알았던 마을 사람들이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데…….
이번에 메인이 되는 사건은 42년 전에 있었던 소년의 실종사건이다. 그 사건에 얽힌 어린 보덴슈타인과 그와 함께 어울렸던 마을의 또래 친구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세대까지 얽히고설키면서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감정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어 벌어진 일이, 캠핑카 화재 살인과 요양원 노부인 살인, 노신부의 죽음 그리고 몇몇 살인 상해 사건들이다.
이건 스포일러일 수도 있지만, 죽기 직전에 회개한다는 것에 관해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작품이었다. 그때는 양심에 가책이 느껴지지 않다가 죽기 직전에 혹시나 천국 가지 못할까 봐 털어놓는 게 말이 되나 싶다. 자기 마음 편해지자고 남들을 다시 지옥으로 밀어 넣는 게 과연 진정한 회개인가 싶기도 하고. 뭐, 그 사람은 마음을 고쳐먹고 회개한 거일 수도 있는데, 젊은 시절에 그 난리를 쳐놓고 입 꾹 다물고 있다가 이제야 입을 턴다는 게 좀……. 희생자의 가족으로서는 40년이 지났어도 가족의 생사를 알고 싶을 테니, 늦게라도 사건을 다시 떠올린 게 다행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뒤늦게 입을 열지 않았으면, 다른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하여간 젊어서나 늙어서나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그 사람은.
제목을 번역하면 그냥 ‘숲에서’라는 의미라는데, ‘여우’와 ‘잠들다’라는 키워드를 더 추가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잠든다는 말은, 죽어서 영원히 잠들었다는 의미도 된다. 그리고 잠을 자면 언젠가는 깨어나야 한다. 이번 이야기처럼 잊혔던 사건이 다시 깨어나 진실을 찾는다는 뜻도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독일의 정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번 작품은 불륜은 기본 설정에 막장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친구의 엄마와 사랑에 빠지지 않나, 친구의 딸을 섹스 파트너로 두기도 하고, A와 B가 연인이었다가 헤어졌는데 둘의 아들딸이 결혼하고……. 그래, 이게 다 한마을에서 태어나 자라고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그 동네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을 의사는 친구 아빠, 경찰서장은 친구 삼촌, 내가 학창 시절에 사귀었던 애는 부모님 친구 딸인데 나중에 성인이 돼서 또 다른 내 친구와 결혼을 하고, 내 동생은 친구 여동생과 결혼하고, 내 자식은 내 친구의 자식과 친하고……. 몇십 년만 지나면 마을 구성원이 어느새 몇 다리 건너 친인척이 되어가는 그런 분위기? 외지인이 들어와서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왔던 마을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보덴슈타인의 고뇌와, 그의 후임으로 내정되어 고민하는 ‘피아’의 불안감이 절실히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참, 책에서 검시관인 ‘헤닝’이 돼지 육회를 넣은 빵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 읽을 때는 오타인 줄 알았다. 돼지를 육회로? 그런데 검색해보니 독일에 ‘Mett’라는 돼지고기 육회 요리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라도나 제주도에서 먹는 모양이다. 헐, 난 쇠고기 육회도 못 먹는데! 음식의 세계는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