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제 妖券怪券, 1982

  감독 박윤교

  출연 지윤주김애경김기주허진

 

 

 

 

 

  현감 김치환의 계략으로 이민부’ 대감 가문은 멸문하고 만다눈앞에서 어린 아들이 살해당하는 현장을 봐야 했던 이민부의 처 윤씨는 결국 한을 품고 원혼으로 떠돌게 된다그녀는 김치환에게 겁탈당해 자결한 숙 낭자와 장화·홍련’ 자매의 혼을 되살려 자신의 복수극에 가담시키는데…….

 

  호러 타임즈 2021년 온라인 상영회에서 본 작품이다.

 

  내용 요약에서 왜 갑자기 장화·홍련이 등장하는 걸까 의아할 것이다영화에는 김치환과 협력해 음모를 꾸민 허 무당이라는 사람이 나온다그가 바로 전생에 두 자매를 죽인 계모였다는 출생의 비밀아니 전생의 비밀을 가졌기 때문이다그래서 윤씨 부인이 전생의 원한을 갚으라고 부추기는 바람에 자매도 이 복수자 모임에 가입했다.

 

  하지만 네 사람의 복수극은 그리 무섭다거나 오싹하지 않았다예전에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서 본 게 더 무서웠다사실 이 작품은귀신들의 복수보다 현감이 여자들을 농락하고 농락당하는 장면이 더 자주 등장했다처음에는 현감이 숙 낭자를 어떻게 끌고 와서 어떤 식으로 겁탈했는지 보여주고그다음에는 숙 낭자가 어떻게 다른 여자의 몸을 하고 현감에게 접근해 그에게 복수하는지에 더 많이 할애했다얼마나 침소에서 시달렸는지 나중에 허옇게 뜬 현감의 얼굴은 웃음을 자아낼 정도였다현감과 숙 낭자 말고도다른 커플의 탈의한 모습도 종종 등장한다.

 

  난 귀신이 사람 놀래주고 죽이는 걸 보고 싶었는데어찌 된 일인지 귀신보다 탈의한 사람들을 더 많이 본 거 같다심지어 후반에 등장한 온몸에 부적으로 문신을 한 장발의 스님도 상의 탈의를 했…….

 

  이후 영화는 본격적으로 네 귀신의 복수극이 펼쳐진다물론 그중에는 능력이 뛰어나서 귀신을 물리적인 공격으로 퇴치하겠다는 사람도 등장한다귀신 잡는 해병의 시초가 아닐까 싶지만그 사람은 물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건 아닌 모양이다아깝다현감이 다스리는 마을이 어촌이었다면귀신 잡는 해병의 유래라고 우길 수 있었을 텐데그런데 뭐랄까그들의 등장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기보다는 그냥 헛웃음을 주는 요소로밖에 보이지 않았다영화가 중반쯤 되면 긴장감이 막막 쌓이고어떻게 될지 몰라서 보는 이의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이따가 엄마랑 자야지라는 생각이 들락 말락 해야 하는데갑자기 4컷 개그가 되어버렸다.

 

  초반에는 에로에로했고중반에는 약간 귀신 영화 비스무레하게 흘러가더니 중후반은 어쩐지 개그물 같은 분위기였다그리고 후반은 뭐랄까……갑자기 영화 여곡성 女哭聲, 1986’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기승전부처님뭐 이런 거……물론이 작품보다 여곡성이 나중에 나왔고 더 인상적이긴 하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윤씨 부인은 어떻게 허 무당의 전생을 알고숙 낭자의 사건까지 파악할 수 있었을까원혼 상태가 되면서 갑자기 각성하여 깨달은 걸까아니면 원래 알고 있었던 걸까후자는 아닐 거 같다남의 전생까지 알 정도의 정보력이면가문에 위기가 닥치는데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 놓지 않았을 것이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원한은 원한을 낳으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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