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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술푸레나무
지구 곳곳에서 던전이 열리고 헌터들이 막 등장하던 혼란스러운 한국.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손모아’는 우연히 불규칙 균열에 휘말려 던전으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그녀는 어떤 조건을 달성하여 각성하게 되는데, 바로 무엇이든지 최상으로 채집할 수 있는 F급 능력자가 된다. 예를 들면, 남들은 천 개의 풀을 뜯어야 한 개 구할 수 있다는 핵을, 그녀는 천 개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손모아는 핵을 먹어 능력을 약간 상승시킨 뒤 던전에서 져나오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운 나쁘게도 얼마 후 또다시 그 불규칙 균열에 빠지는데, 거기서 랭킹 1위인 ‘서지한’과 마주친다. 하지만 그는 던전의 보스와 싸우다가 사망하고, 손모아는 서지한의 시체라도 거둬가기로 한다. 그런데 그녀의 능력이 이상하게 발휘되는데…….
카카오페이지에서 2020년 9월부터 2021년 5월까지 203화로 본편이 완결되었고, 7월부터 외전이 연재 중이다. 여주 현판물이고 헌터물이다. 회귀나 빙의, 환생 요소는 하나도 없고, 제일 아래 등급인 F급 주인공이 빠르게 성장해서 S급이 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는 몬스터를 죽여 부산물을 얻거나 풀을 채집해 아이템을 얻는 것을 ‘루팅’이라고 한다. 손모아는 루팅의 일인자로, 핵을 먹어서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대 충왕류, 그러니까 거대 곤충 보스 몬스터를 죽이면 그 뿔을 먹어야 능력이 올라간다. 그것도 조리하지 않은 상태로. 어떤 몬스터의 뿔은 너무 커서 손모아의 반지하 월세방 벽을 부술 정도였다. 그걸 삼시 세끼 야식에 간식으로 먹어야 한다니……. 그리고 그녀가 충왕류의 능력을 얻었기에, 나중에 변신까지 가능해진다. 뭐로? 곤충으로! 세상에 어느 로판에서 여주인공이 곤충으로 변한단 말인가?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영혼까지 털어버린다고 해서 흔히 사용되는 의미, 그러니까 상대인 랭킹 1위를 넋이 나갈 정도로 코너에 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랭킹 1위의 영혼을 루팅했다는 의미였다. 이미 서지한은 던전 보스에게 죽은 뒤였기에, 손모아의 능력이 발휘되어 그의 영혼석을 거두고 만다. 아, 시작하자마자 유령이 된 남자 주인공이라니! 물론 나중에 손모아가 아파 눕자, 서지한의 영혼은 지푸라기 인형에 빙의하여 집안일을 하기도 한다. 일명 ‘짚지한’. 아. 그러면 이거 빙의물인가? 하여간 서지한의 지도로 손모아는 레벨업을 거듭하면서, 전국구를 넘어선 전 세계로 뻗어 나가게 된다. 후반으로 가면 우주적 존재로까지 발전한다.
손모아는 보기 드물 정도로 정직하고 올바르며 순진하고 선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소시민적인 면도 있고, 현실적이면서 속물적인 부분도 보여준다. 처음 루팅한 물품을 판매하고는 엄마와 동생에게 돈을 어떻게 얼마나 나눌지 생각하고, 회사에 사표 낼 생각에 흐뭇해하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온다. 손모아의 성격을 보면 판타지인데, 그녀의 생각이나 상황은 은근히 현실적이다. 예를 들면, 던전에서 나온 채집물이나 부산물이 돈이 되자 그 소유권을 갖기 위해 온갖 수를 쓰는 기업이라든지, 언론 조작에 놀아나는 여론 등등.
로판이지만, 로맨스보다는 판타지 부분의 비중이 더 크다. 아마 남자 주인공인 서지한의 상태가 중반까지 인간이 아니라 유령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와중에도 서지한은 혼자 내적 썸을 타고 있었던 것 같지만.
손모아의 바른 성품에 감탄하고, 서지한의 포기하지 않는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중간에 깨알 같은 개그에 킥킥거리고, 너무도 현실적인 상황에 소름 돋으면서,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