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Sssssss, 1973
감독 - 버나드 L. 코왈스키
출연 - 스트로더 마틴, 더크 베니딕트, 헤더 멘지스-유리히, 리차드 B. 슐
공포영화 동호회 ‘호러타임즈 온라인 상영회’에서 본 작품이다. 2년 전에는 오프라인 상영회를 했었지만, 작년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취소하고 올해는 온라인으로 상영회를 했다. 2년 전 오프라인 상영작 중의 하나였던 ‘인사대전 人蛇大戰, 1983’도 뱀이 나오는 영화였는데 올해도 또 뱀이! 음, 영화 선정을 담당한 동호회장님의 취향을 알 것 같은…….
‘칼 스토너’ 박사는 뱀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그의 조수였던 ‘팀’이 그만두자, 그는 대학에 새 조수를 구해주길 요청한다. ‘데이비드’는 교수의 소개로 스토너 박사의 연구실이자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수많은 뱀과 박사의 딸인 ‘크리스티나’가 있었다. 데이비드는 뱀의 독에 물릴 경우를 대비하여, 예방접종이라는 이름으로 주사를 맞는다. 그리고 그날 밤 이상한 꿈과 함께 앓아눕는다. 이후 박사와 함께 연구하던 데이비드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뱀은 다 진짜라고 한다. 1973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하면 뭐. 아, 그러고 보니 인사대전에도 진짜 뱀이 출연했었지. 하지만 이 작품의 뱀들은 다행히 떼죽음을 당하진 않았다. 내가 발이 많거나 아예 없는 걸 무서워하는데, 그런 내가 봐도 불쌍하고 안쓰러울 정도로 인사대전의 뱀들은 죽어 나갔다. 음, 메인 캐릭터가 뱀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뱀의 처우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영화의 구조나 이야기는 단순하다. 뱀을 연구하는 미친 과학자가 연구 성공을 위해 해서 안 되는 짓을 벌이고, 덧붙여 자기 일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뱀을 이용해 죽여나가는 것이다. 중간에 준수한 외모의 조수와 교수 딸의 풋풋한 썸은 덤이다. 아, 교수 딸인 크리스티나는 안경을 벗으면 미소녀가 된다. 아쉽게도 안경을 벗으면 시력이 안 좋아서 흐릿하게 보이는 단점이 있다. 그게 제일 잘 드러나는 부분이 둘이 호수에서 수영하는 장면인데, 데이비드의 전신이 나올 때면 크리스티나의 시점으로 바뀐다. 누드는 안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강력한 의지가 돋보였다.
중반쯤 되면 박사가 무슨 연구를 하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사실 위에 적은 대략적인 내용만 봐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후반부에 가면 그의 연구는 성공을 거둔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지는 내가 문과라서 잘 모르겠다. 이과여도 잘 모를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런 결말만 아니었으면 박사는 돈을 많이 벌거나 감옥에 가거나 노벨상을 받거나 그랬을 거다. 음, 아니면 욕을 너무 많이 먹어서 불로장생할 수도 있을 거다. 어떤 의미로든 역사책에 이름이 남았을 것 같다. 아, 이건 영화지 참. 사실 그런 결말이 아니었으면 후속작도 줄줄이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아니,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사람들이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이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아도 후속편으로 이어지는 일도 있으니까 말이다. ‘플라이 2 The Fly II, 1989’도 그랬고.
몇몇 놀라운 장면이 있는데, 나에게는 박사의 연구 성공작 공개 때보다 중간 실패작이 나오는 장면이 더 놀라웠다. 성공작은 성공했으니 나름 완전체였지만, 실패작은……좀 불쌍했다.
그나저나 교수의 추천으로 박사 조수로 일할 정도면 대학원생이겠지? 오늘도 연구실에서 고군분투할 예정이거나 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힘내라는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