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Apostle, 2018
감독 - 가렛 에반스
출연 - 댄 스티븐스, 루시 보인턴, 마크 루이스 존스, 빌 밀너
부유한 집안 출신인 ‘토마스’는 가족과 연을 끊고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집안의 변호사가 그를 겨우 찾아와 동생 ‘제니퍼’가 납치되었다는 얘기를 전한다. 그는 여동생을 구하고자, 그들이 요구한 대로 편지에 적힌 섬으로 몸값을 들고 향한다. 항구에서 토마스는 자신이 가진 표가 다른 사람의 것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 옆 사람의 것과 몰래 바꾼다. 종교 지도자가 다스린다는 섬에 도착한 그는, 사람들 몰래 동생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중, 토마스는 마을의 비밀에 관해 알게 되는데…….
영화는 상영시간이 두 시간 십 분에 달하는, 상당히 긴 작품이었다. 이단 사이비 종교 지도자와 그를 맹신하는 광신도들로 이루어진 마을, 그리고 납치된 가족을 찾으러 간 주인공이 대립하는 것이 기본 설정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다른 설정을 집어넣었다. 그래서 전반부만 보면 영화 ‘위커 맨 The Wicker Man, 2006’이 떠오르는데, 후반부에 섬의 비밀이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다른 영화가 떠오른다. 음, 이건 뭔지 적지 않겠다. 어쩌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영화는 종교가 기본을 지키지 못하면, 어떻게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우선 부잣집 자식을 납치해 몸값으로 자기들의 생계를 꾸리겠다는 것부터, 평범한 종교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 거기다 고위직의 입맛에 맞게 교리를 바꾸기도 하고, 이 때문에 신도들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그런 내부의 위기를 해결하는 나쁜 방법의 하나는 외부의 위협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동생을 찾겠노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토마스는 알맞은 핑곗거리였다.
이야기가 이렇게만 진행되면, 영화는 위에서 언급한 ‘위커 맨’의 짝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역시 위에서 말하지 않기로 한, 다른 작품이 떠오르는 설정이 하나 더 들어갔다. 아, 물론 그 작품과 100% 똑같지는 않다. 그냥 음, 아주 조금? 요만큼 정도? 제작진이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넣어봤어.’라고 말하는 느낌 아닌 느낌이 들었다.
몇몇 잔혹한 장면이 있는데, 보는 내가 아픈 것 같다. 예전에는 아무리 잔인해도 눈살찌푸리지 않고 잘 봤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보기가 힘들어진다. 어차피 영화인데, 다 허구인데! 몇 장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위에서 말했지만, 이 작품의 상영시간은 두 시간 십 분이다. 하아, 나에겐 참 힘든 시간이었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한 시간 삼십 분이 넘어가면, 내 집중력은 0으로 떨어지고 의자에 앉아있기가 버거워진다. 몇몇 장면을 쳐내면 시간을 좀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예를 들면 배 안에서의 잡담 장면이라든지 토마스가 잡혀서 맞다가 풀려나는 횟수라든지……. 마을의 촌장과 종교 지도자가 멍청한 게, 토마스가 그렇게 눈엣가시 같으면 그냥 몰래 죽여버리면 편하지 않았을까? 잡아서 패주고 풀어주고, 마음에 안 들면 또 잡아다 패주고 풀어주기만 반복한다. 물론 후반부에는 독한 마음을 먹기는 하지만……. 아, 그래서 그들이 주인공이 아닌 거다. 하여간 그런 것만 줄여도 시간은 훨씬 짧아졌을 것이다.
감독의 전작을 찾아보니, ‘레이드: 첫 번째 습격 The Raid: Redemption, Serbuan maut, 2011’라고 나온다. 음, 내용은 좀 그저 그렇지만 격투 장면은 훌륭했던 영화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멋진 격투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아쉽다. 아, 문득 생각했는데 잔혹한 장면이 몇 없어서 더 눈에 띄었을지도 모르겠다. ‘레이드 첫 번째 습격’ 때는 계속 잔인한 장면이 이어져서, 나중에는 그냥 그랬던 기억이 난다.
동생을 구하겠다는 오빠의 마음이 너무도 절절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