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리사벨
2019년 7월에서 11월까지, 208화로 완결된 소설이다. 웹툰 연재 기념으로 2021년 7월부터 특별 외전 10편이 연재되었다.
‘레’는 귀여운 외모로 구걸을 하며 친구들과 거리에서 살아가는, 아홉 살 된 고아다. 어느 날, 한 귀족과 우연히 접촉하면서 그녀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녀의 전생이었던 ‘한유나’는 어릴 때부터 병원에서 벗어나 본 적이 별로 없다. 15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그녀에게는 책이 친구였다. 레는 유나였던 자신이, 죽기 전까지 읽고 있던 ‘르웰턴 공작가의 나날들’이라는 소설 속에 빙의했음을 알게 된다. 문제는 그 소설의 주인공인 ‘칼렌 르웰턴 공작’은 강력한 마신과 계약한, 살인마를 죽이는 살인마라는 것이다. 레는 책 속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칼렌이 잡으려는 범인의 위치를 알려준다. 이후 그녀는 하녀로라도 일하게 해달라고 공작가를 찾아간다. 그런데 공작이 뜬금없이 자신의 양녀가 되어달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레티시아라’는 이름을 받고 양녀가 된 주인공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하나둘 해결해가는데…….
빙의물이고 로판이며 추리물이고 힐링물이다. 내가 읽은 몇 안 되는 로판 중에서 보기 드문 추리물이면서 또 나름 잘 짜인 추리를 보여준다. 물론 추리 소설만 쓴 작가들의 작품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도 있지만, 로판에서 그 정도는 뭐 그냥 넘어가도 될 수준이다.
주인공이 죽기 전에 소설을 읽었기에 그 기억을 되살려 추리를 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주인공이 등장한 시점에서 원작은 조금씩 바뀌기 마련. 레티시아는 전생의 기억과 타고난 능력으로 사건을 추리해간다. 어찌나 똘똘하고 총명하며 똑 부러지는지, 읽는 내내 ‘귀여워’와 ‘대단해’외에는 나오는 말이 없다.
주인공의 성격도 매력적인데, 그 외 등장인물 역시 개성적이다.
우선 사람을 죽이고 마력을 흡수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공작은, 황실의 몇 명만 알고 있는 인증받은 살인마다. 아무나 죽이는 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자를 잡아 죽인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살인 욕구를 범죄자를 죽이는 거로 해소하는 미국 드라마 ‘덱스터 DEXTER, 2006’의 주인공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어릴 때 부친에게서 받은 온갖 가혹 행위 때문에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라고 나오는데, 레티시아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다. 아버지를 닮은 아들 역시 남들과 달리 차가운 성격이라고 하지만, 갑자기 생긴 동생에게 호기심을 갖고 정을 준다. 마법사 집안이지만 마력은 없는 공작의 여동생은 대신 성녀로 일하고 있다. 다만 술과 담배, 도박을 즐기는 성녀라는 게……. 이 사람도 어릴 때 비정상적인 가정환경 때문에 상당히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런 그녀에게 레티시아는 의미 있는 존재였다. 레티시아로 인해, 공작가 사람들의 상처가 치유되고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거기에 공작의 철천지원수라고 할 수 있는, ‘닥터’라는 존재가 등장해 온갖 범죄를 다 저지르고 다닌다. 특히 그는 레티시아의 총명함을 어릴 때부터 눈여겨보고, 공작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를 이용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 하지만 후반에 닥터와 마지막 대결을 하는 부분에서는, ‘이건 좀….’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게 가능할 정도면, 레티시아의 능력은 추리가 아니라 다른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과 너무 일치시키려는 건 무리가 있으니까 패스!
후반은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왜 공작가 사람들이 레티시아에게 그렇게 애정을 퍼붓는지 이유가 나오는데, 진짜……. 초중반까지는 추리물이고 후반은 힐링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