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 – 사과초콜렛
‘정다윤’은 F급 헌터이다. 갑자기 터진 던전에서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를 잃고 각성한 그녀는, 사람들을 구하려고 애쓴다. 그러다 사고를 당해 죽게 되지만, 777명을 살린 히든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로 돌아오게 된다. 거기가 높은 등급만 선택된다는 수호성, 그것도 무려 세 명의 수호성들과 함께. F급에서부터 S급까지 차근차근 레벨업을 하는 다윤과 그런 그녀를 보면서 환호하고 귀여워하는 세 수호성들. 그러던 중, 우연히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1위 헌터 ‘서우혁’은 선한 다윤의 인성에 반하고 만다. 그런데 어느 날 예지 능력이 있는 헌터가 그녀에게 나타난다. 그가 본 미래는 지금까지 열 가지 재앙 때문에 인류가 사라지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윤이 보이면서 사람들이 살아남은 미래가 보인다는 것이다. 강력한 세 수호성과 함께, 다윤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갈 미래를 위해 재앙에 맞서기로 하는데…….
카카오페이지에서 2020년 10월부터 연재를 시작해, 2021년 5월 206화로 완결 난 소설이다. 회귀물이고 여주현판이며 헌터물이고 성좌물이다. 용어정리를 또 해보자면, 여주현판은 말 그대로 여자가 주인공인 현대판타지를 말한다. 그리고 성좌물은, 성좌라는 초월적인 존재가 등장해 인간, 특히 헌터로 활동하는 인간을 후원하는 설정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신이 후원하는 인간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정신적인 면까지 도움을 줄 때도 있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BJ 내지는 유튜버이고, 성좌는 시청자로 방송을 보다가 마음에 들면 별풍선이나 슈퍼챗을 쏘는 거로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다만 성좌물에서는 돈뿐만 아니라 높은 등급의 무기도 후원할 수 있다.
주인공인 다윤은 무척이나 선한 사람이다. 아마 그래서 F급이면서 위험한 상황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사람들을 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성격 때문에 열 가지 재앙이 얼마나 위험하건 망설이지 않는다. 이건 아마 자신의 뒤에서 아낌없이 응원하고 후원하는 세 수호성을 믿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윤의 수호성들은, 그야말로 광팬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왜 그들이 그렇게 다윤에게 애착을 보이는지는 후반에 가서 이유가 드러난다. 또한, 왜 던전이 발생하고 게이트가 열리며 재앙이 닥치는지도 같이 밝혀진다.
로판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러브라인도 흥미진진하게 잘 잡혀 있다. 남자 주인공은 어차피 정해져 있지만 서브 남주, 그러니까 조연도 등장하고, 둘 사이의 긴장감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다만 후반으로 가면서 너무 비슷한 패턴의 반복이라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재앙이 등장한다는 예지를 보고, 재앙이 터지고, 수호성들이 성유물을 후원하고, 다윤이 그걸 사용해 이기는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아, 또 이기겠다는 생각만 들지, 어떤 재앙인지 이번에는 어떤 사건이 벌어져 어떤 위기가 닥칠지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
거기다 수호성이 셋이나 되니, 다윤의 행동에 감탄하고 귀여워하는 문장이 세 번이나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면, 다윤이 멋진 동작을 선보였다고 치면 ‘수호성 고귀한 별의 지배자가 당신의 행동에 감탄을 표합니다.’, ‘수호성 중도의 고석상이 당신의 행동이 멋지다고 감탄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세웁니다.’ 그리고 ‘수호성 악신들의 인도자가 당신의 포즈를 카메라로 담지 못했다고 아쉬워합니다.’ 이런 식? 너무 주접을 떨어서 좀 질린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물론 후반에 이유가 밝혀지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중후반으로 가면서 집중도가 흐트러지는 것만 제외하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