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Fear Street Part 1: 1994, 2021
감독 - 리 자니악
출연 - 질리언 제이콥스, 애슐리 주커만, 세이디 싱크, 에밀리 브로브스트
원작 – R.L. 스타인의 청소년 호러 소설 ‘피어 스트리트 Fear Street, 1989’
‘셰이디사이드’와 ‘서니베일’은 바로 옆에 붙어있는 마을이지만, 사이는 그리 좋지 않다. 우선 셰이디사이드는 그리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고, 서니베일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이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몇십 년 동안 셰이디사이드에서는 연쇄살인마라든지 잔혹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등장했다. 그 때문에 셰이디사이드는 범죄 마을로 유명하다.
‘디나’와 ‘샘’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지만, 샘이 서니베일로 이사하면서 헤어지게 되었다. 물론, 둘의 사이를 반기지 않는 샘의 어머니도 결별에 한몫했고 말이다. 셰이디사이드 고등학교와 서니베일 고등학교의 시합이 있던 날, 두 학교 학생은 시비가 붙게 되고 그것은 차 사고로 이어진다. 그런데 그 날 이후, 마을에는 정체불명의 살인마가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사이가 나쁜 마을 아이들끼리 싸우는 상황에서 가면을 쓴 살인마가 등장해 다 죽여버리는 내용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왜 유독 한 장소에서만 살인사건과 같은 범죄가 일어나는 걸까? 마을 터가 안 좋은가?
그렇다.
마을 터가 좋지 않은 거였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1666년에 마녀라 사형당한 ‘세라 피어’라는 소녀의 원혼이 마을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주기적으로 그 원혼은 한 명을 선택해 사람들을 죽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름이 셰이디사이드 Shadyside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나저나 1666에서 1만 빼면 666이 된다. 노린 건가? 하여간 그 때문에 처음에는 청소년 슬래셔물로 흘러가는 듯했지만, 나중에는 마녀의 저주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달라진다.
영화는 전형적인 캐릭터들, 예를 들면 야심만만한 치어리더 대장이라든지 덕후, 루저, 헤어진 연인 등의 설정을 가진 아이들이 위기탈출 넘버원을 찍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죽여도 죽지 않는, 마녀가 소환한 역대 살인마들을 피해 아이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와중에 디나와 샘은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고,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된다. 지금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동성 커플이라는 점만 빼면, 전형적인 설정이다. 끝까지 살아남는 주인공과 그를 지켜주려 애쓰는 애인 포지션.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마녀와 여러 상황에 관해 알려줘야 할 친구도 등장한다. 바로 디나의 동생 ‘조시’다. 평소 마녀라든지 범죄에 관해 관심이 많았던 조시는 그동안 찾아낸 자료를 근거로, 마녀의 저주를 없앨 방법은 생각해낸다. 장르 영화 내지는 장르 소설에서 꼭 들어가 있는 덕후 캐릭터다. 사실 조시의 설정은 외모에서부터 정해져 있다. 흔히 덕후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 안경은 쓰지 않았다는 게 차이점일까? 그리고 디나의 친구인 ‘사이먼’과 ‘케이트’도 다른 비슷한 장르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인물 설정을 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도도한 치어리더지만 누구보다 의리 있는, 얼핏 보기엔 약쟁이 같은데 역시 누구보다 의리 있는!
영화는 이런 인물 설정을 가지고, 슬래셔물과 오컬트물을 넘나든다. 그래서 재미없었느냐? 그건 아니다. 빠른 속도감과 적절한 밀당으로 보는 내내 시선을 잡아둔다. 그리고 후반에 펼쳐지는 고어 씬은……. 그 전까지는 그런 장면이 없어서 ‘청소년 소설이 원작이니까 그런가 보다’라고 방심하고 있다가, 후반에 깜짝 놀랐다.
오랜만에 꽤 재미있는 호러 영화를 봐서 기분이 좋았다. 청소년이 주인공이라 그저 그럴 것으로 생각했던 나를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