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Soul, 緝魂, 2021
감독 - 웨이 하오 청
출연 - 장첸, 장균녕, 임휘민, 고빈
부호인 ‘왕스충’이 자택에서 살해된다. 주요 용의자는 두 번째 부인인 ‘리옌’과 아들 ‘왕천우’. 리옌은 현장에서 무기를 든 채 왕스충과 같은 방에 있었고, 왕천우는 엄마의 자살 문제로 아버지와 갈등이 있었다.
한편 사건을 담당한 형사 ‘바오’는 임신 소식을 듣고 기뻐한다. 하지만 남편 ‘차오’의 암 치료에 별 차도가 없자 실의에 빠진다. 병원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시험해보자고 하지만, 막대한 치료비를 댈 형편이 안 된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왕천우의 범행을 확신하지만, 유언장이 발표되면서 왕스충가족의 비밀과 함께 새로운 인물이 용의자로 떠오르는데…….
처음 제목과 포스터를 보고는, 심령물일까 생각했다. 육망성 비스름한 것이 그려진 배경에 영혼을 사냥한다니! 살해당한 부호와 자살한 전 부인이라니! ‘오오!’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SF 판타지라는 장르로 분류되었지만, 내 기준에서는 로맨스 한 그릇에 SF 판타지를 한두 방울 떨어뜨린 것으로 보였다.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설정이 SF이긴 한데, 극을 이끌어가는 분위기라든지 내용이 로맨스에 가까웠다. 스포일러를 하기 귀찮다는 마음에 자세히 적지는 않겠지만, 이 영화에는 다양한 커플이 나온다. 그리고 그 커플들이 각자의 사랑을 위해, 위험한 일도 서슴지 않고 벌인다. 그 때문에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용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지낸다. 내 사랑을 위해 다른 이의 마음이 어떻게 되든 상관 안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절절한 사랑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기주의의 끝판왕으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두 시간 1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랑에 관해서만 얘기한다. 분명 사건 수사도 하고, 법정도 나오고, 주술에 관련된 얘기도 나오고, 과학 연구소에서 하는 최첨단 기술 실험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그 모든 것에는 사랑이 있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작품들은 이 영화 보다는 나름 스릴러 SF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 영화만 특이하게 사랑 타령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왜 재미있을법한 설정이나 소재를 가지고, 이런 식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원작 소설이 있다는데,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그런데 부인이 담당 형사였는데 남편이 그 사건의 담당 검사를 맡는다는 게, 맞는 일인가 싶다. 그 뭐지, 이해충돌 방지법에 걸리지 않나?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저 나라는 그런 거 상관없나?
그러니까 SF 판타지라 생각하고 그걸 기대했다면 좀 실망스러웠을 영화다. 하지만 드라마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꽤 흥미 있었을 것 같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