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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장르를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총5권/완결)
KEN / 연담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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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KEN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본편 156화로 완결되었고, 3월부터 외전 22화가 연재되었다. 2021년 4월부터 웹툰화 기념으로 특별 외전 10편이 나왔다.
주인공 나는 좋아했던 소설 속에 빙의한다. 문제는 어린 주인공인 조카인 ‘루카’를 학대했다 비참하게 죽는 이모 ‘유디트’로! 조카가 친부의 집안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만 잘해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잠시, 계산 착오로 조카와 헤어질 순간이 코앞이다. 그런데 원래대로라면 얌전히 삼촌인 ‘뤼디거’를 따라갔을 루카가 갑자기 자신을 붙잡는 것이 아닌가. ‘엄마!’라고 부르면서. 어쩌다가 조카의 엄마로 언니의 시댁으로 들어가게 된 유디트. 그런데 이 집안, 좀 이상하다. 왜 이리도 자신을 환영하고 잘해주지 못해서 난리일까? 거기다 조카인 루카 역시 소설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데….
왜 제목이 장르를 바꾸겠다는 것인지는,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원래 소설은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일어나 가문을 되찾는다는 내용인데, 주인공이 빙의하면서 완전히 설정이 달라졌다. 어린 조카를 기르는 육아물이라 생각했는데 어쩐지 역으로 조카가 이모를 돌보는 것 같기도 하고, 조카가 후계가 되는 것을 방해하는 악당의 음모에서 살아남으려는 스릴러물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츄디트의 착각물 내지는 삽질물 같으면서, 중반 이후에 유디트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는 가족 화해물이기도 하고,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보면 이건 뭐 세상에 둘도 없는 절절한 로맨스물이다. 거기다 외전에는 소년 만화에서나 볼 법한 스포츠물이 실려있었다. 기본이 빙의물인데, 중간에 다른 설정도 끼어들었다. 그야말로 장르란 장르를 다 갖고 와서 비빔밥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장르가 휙휙 바뀌는데, 어색하지 않고 도리어 재미를 더 배로 만들었다.
글은 기본적으로 유쾌했다. 유디트 혼자 삽질망상을 펼치는 것도 재미있었고,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남들이 들으면 오해하기 딱 좋게 말하는 뤼디거의 어투도 좀 웃겼다. 플로팅 머신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그게 진심이었다니, 어떻게 보면 좀 후덜덜하다. 거기다 비밀을 간직한 루카도 귀여웠다. 댓글을 보면 다들 초반부터 비밀이 뭔지 눈치채고 있었는데, n년차 로판 독자의 짬밥이란 엄청났다.
다만 밉상인 캐릭터도 있었는데, 유디트의 할아버지였다. 혼자 집착감금물을 찍고 있는 노인네였는데, 그게 가능한 재력과 권력을 갖고 있어서 더 무서웠고 재수 없었다. 그 노인네만 아니었으면 그 나라는 좀 더 평안하고 발달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귀엽고 측은하다는 느낌이 가끔, 아주 가끔 들었다. 물론 그와 동시에 싫다는 감정도 드니, 참으로 신기한 캐릭터였다.
사실 이 작품은 다 읽고 까먹고 있었는데, 이번에 웹툰을 보면서 다시 생각났다. 소설을 그림으로 옮기다 보면, 많은 부분이 생략되거나 축소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웹툰은 그런 부분을 별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훌륭히 각색되었다. 그림체도 예쁘고 분위기 있으며, 글자로 표현되었던 부분을 다소 과장되거나 컷의 편집과 분할로 적절하게 보여주었다. 소설보다 웹툰이 더 재미있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웹툰은 아직 연재 중이니 섣불리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진지할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