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The Old Guard, 2020
감독 - 지나 프린스 바이더우드
출연 - 샤를리즈 테론, 키키 레인,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마르완 켄자리
재의뢰를 받지 않는다는 방침을 어기고 현장으로 뛰어든 네 명의 용병, ‘앤디’, ‘부커’, ‘조’ 그리고 ‘니키’. 하지만 의뢰는 함정이었고, 그들은 숨어있던 부대의 공격으로 쓰러진다. 모두가 다 죽었다고 생각한 그때, 넷은 되살아나 부대를 전멸시킨다. 그 영상을 본 제약회사 CEO는 그들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할 계획을 세운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미군 ‘나일’은 작전 중 거의 죽을 뻔하지만,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난다. 그녀가 되살아나던 순간, 앤디를 비롯한 넷은 새로운 불멸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녀를 데리러 가는데…….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사는 건 오랫동안 사람들의 염원이었다. 물론 꺼리는 이도 있겠지만, 대개는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길 바란다. 영화는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어땠을까 하는 발상에서 시작한다. 어떤 시대에서는 마녀라 불리며 고통을 받고, 또 어떤 시대에서는 죽음도 불사하는 뛰어난 전사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에서는 영생의 실마리를 풀 실험체가 될 지경에 이르고 말이다.
영화는 배신과 음모가 잘 버무려져 있었다. 게다가 왜 배신을 했는지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었다. 그걸 밝히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은데……. 하여간 그랬다. 물론 인간은 배신과 뒤통수치기를 좋아하는 성질이 있어서, 다시 배신당하고 그랬지만 말이다.
제일 끔찍했던 건, 그들의 과거 동료가 당했던 처벌이었다. 바로 철로 된 갑옷을 입고 쇠사슬에 묶인 채 바다에 버려지는 거였다. 그게 장면으로는 피와 살점이 튀기지 않고 그냥 잔잔했는데, 생각해보면 엄청 잔인했다. 죽지 않기에, 그녀는 평생을 물속에서 죽었다가 살아나길 반복해야 한다. 동료들은 그녀가 어디에 빠졌는지 알아내 구하려고 했지만, 몇백 년이 흘러도 찾을 수 없었다. 으아,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시커먼 바닷속에 가라앉아서 물고기들에게 살점이 뜯기고 뼈가 드러나도 죽지 않다니…. 물이 폐에 들어차 죽을 것 같지만 되살아나고, 그걸 또 반복하고…….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받은 독수리에게 반복적으로 간을 파먹히는 형벌이 떠올랐다. 그래도 프로메테우스는 숨이라도 쉴 수 있었지, 이 사람은…….
아쉬운 점은 합류를 거부하던 나일의 갑작스러운 마음의 변화였다. 어쩌면 다시는 예전처럼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군인으로 동료를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 부분에서는 설득력이 좀 약했다.
액션 장면은 멋있었다. 초반에 되살아나서 도끼를 휘두르는 장면은 굉장했고, 후반에 제약회사에서 대결하는 부분도 좋았다.
영화는 마치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가 시작하기 전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영화로 설명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아무리 봐도 새로운 빌런일 것 같은 사람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그런데 영생을 산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