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Army of the Dead, 2021
감독 - 잭 스나이더
출연 - 데이브 바티스타, 엘라 퍼넬, 오마리 하드윅, 가렛 딜라헌트
51구역으로 향하던 군용트럭이 신혼부부의 자동차와 충돌한다. 그 때문에 트럭이 싣고 있던 화물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것은 순식간에 사람들을 공격하고, 근처에 있는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는 좀비들의 도시가 되어버렸고, 정부는 도시를 거대한 컨테이너로 에워싼다.
‘스콧’은 용병으로 일하던 자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좀비와 싸웠던 경험이 있다. 또한, 좀비가 된 아내를 죽여야 했던 슬픈 기억도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타나카’라는 남자가 찾아온다. 그는 스콧에게 라스베이거스 금고에 있는 2억 달러라는 거액의 돈을 가지고 오면, 그중의 4분의 1을 지급할 수 있다고 제의한다. 스콧은 과거의 동료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들어가기로 하는데…….
좀비로 인해 폐쇄된 도시 또는 나라, 그곳에 숨겨진 거액의 돈, 그걸 가져오기 위해 투입된 소수의 용병. 아, 어디선가 비슷한 설정을 본 거 같다. 그렇다. 얼마 전에 리뷰를 올린, 영화 ‘반도 Peninsula, 2020’과 비슷한 설정이다. 음, 설정이 비슷하면 극의 전개도 흡사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두 작품의 흐름은 매우 달랐다. 둘 다 극의 특성상, 좀비와 맞서 싸우는 건 당연하지만 그 과정이나 좀비에 관한 설정이 달랐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알파 좀비’의 존재이다. 지금까지 다른 작품에서 봐왔던 좀비들과 다르게, 알파 좀비는 대장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또한, 대장 좀비 부부는 좀비 아이까지 출산한다. 이게 좀비가 되기 전에 임신한 거였는지 아니면 좀비가 된 후에 임신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 그러고 보니 감독의 전작인 ‘새벽의 저주 Dawn of the Dead, 2004’에서도 좀비가 된 아기가 나왔었다. 음, 감독의 취향인가보다. 아니면 좀비가 들끓는 세상이 어떻게 멸망하지 않고 유지되는지 힌트를 주는 것일지도.
좀비 세상에서 인간이야 뭐, 새로울 것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알량한 권력으로 난민들을 자기 멋대로 휘두르며 쾌감을 느끼거나, 다른 인간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부류 내지는 다른 이들의 뒤통수를 치면서 살아가는 이 등등. 아, 물론 그 상황에서도 다른 이를 구하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좀비와 싸우기도 바쁜데, 그런 인간들까지 있으니 일행의 앞길이 깜깜한 건 당연한 법.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2억 달러를 현금으로 가져오라는 건 너무한 게 아닐까 싶다. 그들을 싣고 갈 헬리콥터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었고, 반도처럼 가방에 넣어 트럭에 실어놓은 것도 아닌, 그냥 현금으로 금고에 있는 걸 가져오라니……. 게다가 그들에게는 정부가 라스베이거스에 폭탄을 투하하기 전에 나와야 한다는 시간제한까지 걸려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거 옮기다가 시간 다 가겠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2시간 26분이다. 나에게는 너무 길었다. 이 감독의 다른 작품인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Zack Snyder's Justice League, 2021’가 무려 4시간짜리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건 아마 이틀에 걸쳐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여간 영화의 상영시간이 무척이나 긴데, 중간에 몇 장면 쳐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나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다 넣는 건 좋은데, 때로는 그걸 절제하는 것도 미덕이 아닐까?
오프닝 장면이 제일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 그 과정만 영화로 만들면, 또 다른 재미있는 액션 좀비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좀비 말도 있고 좀비 호랑이도 있으면, 좀비 쥐나 좀비 바퀴벌레도 있을까? 나중에 그런 종이 지구를 점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