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 –우드아트
게이트가 열리고 다른 차원의 종족들이 난입한 지구. ‘한서하’는 끝까지 그들과 맞서 싸우다 죽고 만다. 그런데 눈을 뜨니, 과거 처음 게이트에 갇혔던 날이 아닌가. 능력은 사라지지 않았기에, 미래의 기억을 갖고 한서하는 어떻게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살리고자 노력한다. 게이트 너머 ‘톨룩’이라는 세계로 넘나들며, 한서하는 지구 최후의 날을 막으려 하는데…….
2020년 8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본편 328화, 외전 33화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현대 판타지 소설이다. 그중에서 헌터물이고 동시에 회귀물이기도 하다.
역시 용어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현대 판타지’라는 건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헌터물’은 던전과 게이트에서 싸우는 능력자가 주인공인 걸 말한다. 게이트가 열리면서 이계의 종족들이 튀어나오고, 이때 각성한 능력자들이 그들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요즘은 ‘성좌물’이 유행인데, 그건 그걸 다룬 작품에서 얘기하도록 하겠다. 사실 이 작품에서도 성좌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자세히 다루진 않고 그런 존재가 있다고 언급만 된다. ‘회귀물’은 말 그대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환생물과 다른 점은, 환생은 아기 때부터 다시 시작하며, 다른 차원에서 태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회귀물은 시간만 거슬러 돌아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서른 살에 죽었다가 열 살로 돌아온다면 회귀, 서른 살에 죽었는데 다른 아이로 태어난다면 환생 그리고 서른 살에 죽었는데 다른 사람의 몸이라면 빙의라고 보면 된다.
조아라에서 연재될 때는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로판(로맨스 판타지) 장르에 있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지로 넘어오면서 판타지 장르로 바뀌었다. 사실 서하는 지구를 구하느라 너무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었……. 주변에 그녀를 마음에 둔 남정네들은 많았지만, 서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본편이 완결되고 외전이 나오면서, 이번에는 서하의 풋풋한 연애담이 나올까 싶었는데 여전히 일중독자의 모습만 보여준다. 그래, 그러니까 판타지 장르에 있어야겠지. 로맨스가 안 나오는데 로판은 무슨 로판이야.
이미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시간을 거슬러 왔기에, 시작부터 주인공의 능력은 남달랐다. 물론 봉인된 무기라든지 능력치가 있지만, 무리 없이 레벨업을 한다. 거기다 서하의 적은 톨룩뿐이 아니다. 이계의 힘을 이용해 불사가 되고 싶었던 사이비 종교라든지 그들과 결탁한 정치권까지, 안팎으로 문제가 산더미 같다. 그 와중에 선배 헌터들의 은원이 후배들까지 영향을 주고……. 어떻게 보면 세상이 서하에게 온갖 일감을 몰아주는 분위기다.
게이트가 무조건 이계 종족이 우르르 몰려나와 무조건 싸우는 게 아니라, 게임 스토리를 따라가듯이 인물에 빙의해서 해결해야 하는 때도 있었다. 그래서 어떨 때는 호러스릴러 장르를, 또 다른 경우에는 SF 디스토피아 사회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 와중에 톨룩은 황제가 다스리는, 마법과 다양한 이종족들이 있는 계급 사회였다. 그래서 현판(현대 판타지)이지만,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꽤 많은 분량이었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현판을 몇 편 보지 않아서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주인공 혼자 먼치킨으로 앞서가는 게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같이 끌어올리면서 앞서가는 흐름이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