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Conjuring: The Devil Made Me Do It, 2020
감독 - 마이클 차베스
출연 -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루에이리 오코너, 사라 캐서린 훅
1981년 미국의 코네티컷 주 브룩필드. 그곳에서 ‘로레인’과 ‘에드 워렌’ 부부는 8살 난 ‘데이비드’의 구마 의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악령이 깃든 데이비드는 기괴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며 저주한다. 소년의 누나와 사귀는 사이인 ‘어니’는 보다못해 차라리 자신에게 오라며 악마에게 말하고, 갑자기 모든 것이 잠잠해진다. 소년의 몸에 있던 악령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그날 이후, 어니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더니 환각까지 보게 된다. 급기야 어니는 환각 상태에서 친구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마는데…….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감독이 누군지 신경 쓰지 않았다. 1편과 2편을 만든 사람이 계속해서 만들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 보고 나서, 감독 이름을 확인하고는 어쩐지 안도감이 들었다. 다행이다, 감독이 ‘제임스 완’이 아니어서. 진짜 다행이다. 그 사람이 이번 편을 만들었다면, 아주 많이 실망했을 거야. 그동안 보여줬던 반짝거리는 능력이 사라진 줄 알고, 슬퍼하고 안타까워했을 거야. 그런데 아니었잖아? 그러니까 다행이야. 다른 사람이 만들어서 영화가 이 모양이었건 거야. 제임스 완이 만들었다면, 아주 달랐겠지. 그 사람이 만들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야.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불만도 생겼다. 1, 2편을 만들었으면 3편까지 맡아서 해줄 수도 있었잖아? 왜 안 그랬지?
위에 적은 말을 읽었다면 당연히 추측할 수 있겠지만, 전편에 비교하면 이번 편은 좀 실망스러웠다. 초반에 소년 데이비드를 구마할 때는 조마조마하고 오싹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후 어니 사건이 벌어지면서는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악령의 존재를 파악하고 그걸 쫓아내는 데 집중했던 전편과 달리, 재판이라는 다른 부가적인 요소가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흐트러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악령의 실체와 구마 의식 그리고 악령의 공격에만 집중해도 충분했는데, 이번에는 재판 준비를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너무 정직했다. 이제 무서운 게 나올 거라는 분위기가 되면, 정확하게 그 지점에서 무서운 게 등장했다. 박자를 변칙적으로 해서 허를 찌른다거나 하는 건 없었다. 이미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이니, 무서울 리가…….
이번 편의 쟁점은 과연 악령에 빙의된 채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걸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이다.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심신미약을 인정해 형을 감해주기도 한다. 그러면 악령 빙의도 심신미약으로 볼 수 있을까? 이게 문제다. 매번 말하지만, 하나님이 계시면 천사도 있고 악마도 있고 악령도 있고 귀신도 있고 저승사자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군가 살인이나 테러를 저지르고 이건 내 뜻이 아니라 악령이 시킨 거라고 하면, 그 주장을 받아들여야 할까? 만약 이게 인정되면, 신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종교적 테러는?
영화는 그렇게까지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그냥 미래의 처남을 안쓰럽게 여겨 말 한 번 잘못한 어니가 불쌍할 뿐이고, 워렌 부부는 탐정을 능가하는 정보 수집 능력을 갖췄고, 두 커플의 염장질은 솔로들을 슬프게 뿐이다.
3편을 볼 시간에 그냥 1편이나 2편을 다시 한번 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면, 4편이 나오기 전에 봐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좋았어, 오늘 밤엔 컨저링 1편 복습이다!
그나저나 악령, 좀 웃긴다. 워렌 부부나 신부가 나오라고 할 때는 죽어라 말을 안 듣더니, 어니가 자기한테 오라니까 냉큼 서식지를 옮긴다. 노인네나 중년 커플보다 젊은 남자가 좋다는 건가……. 아닌데, 어니도 커플이었는데! 그럼 설마 데이비드의 누나를 노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