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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가레스 에드워즈 감독, 브라이언 크랜스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4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Godzilla, 2014
감독 - 가렛 에드워즈
출연 - 아론 테일러-존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엘리자베스 올슨, 줄리엣 비노쉬
1999년 필리핀에서 오래된 화석이 발견된다. 그곳에서 연구원들은 알처럼 보이는 물체를 두 개 발견한다. 그런데 그중 하나는 깨졌고, 거기에서 뭔가가 밖으로 나간 것 같은 흔적을 발견한다. 그즈음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원인 모를 사고가 발생한다. 그 때문에 연구원인 ‘조’는 부인인 ‘샌드라’를 잃고 만다.
15년 후, 조와 샌드라의 아들인 ‘포드’는 군인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연락이 오는데, 아버지가 금지 구역에 들어갔다 잡혔다는 내용이었다. 조는 그동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가 정부의 발표와는 다르다는 심증을 갖고, 조사를 꾸준히 해왔다. 조의 설득에 포드는 아버지를 따라 사고가 있던 발전소로 향한다. 불행히도 그들은 발각되어, ‘모나크 연구소’로 끌려가고 만다. 거기서 두 사람은 어머니의 죽음이 고대 괴수 ‘무토’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리즈의 첫 번째인 이 작품을 뒤늦게 봤다. 아니, 어쩌면 이미 영화가 나왔을 때 이미 봤지만, 기억에서 지워버렸을 수도 있다. 왜 지워버렸는지는 굳이 이유를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명색이 ‘고질라’가 제목인데, 고질라는 1시간이 지나서야 등장한다. 물론 그 전에 고질라의 생활습관이라든지 출생의 비밀에 관한 것이 밝혀지긴 한다. 오랫동안 고질라를 비롯한 고대 괴수를 연구한 학자의 입을 통해 말이다. 그건 예전에 개봉한 영화 ‘고질라 Godzilla, 1998’에서도 언급한 설정들이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봐도, 고질라가 왜 무토와 싸우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 하긴 이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왜 고질라가 다른 괴수들과 싸우는지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진 않는다. 말이 안 통하니까 뭐 어쩔 수 없으려나? 킹콩은 감정이 통하는 소녀가 등장해서 기본적인 기분은 알려주는데, 고질라는 그런 거 없다. 역시 포유류와 파충류-인지 모르겠지만-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이 시리즈 세 편을 본 바에 의하면, 영화의 흐름은 전형적이다. 인간이 거대 괴수의 습격을 받는 이유는, 연구와 조사라는 명목으로 잠자는 그들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잘 자는데 누가 깨우면 화나는 경험은 한두 번은 다 해봤을 것이다. 그런 것이다. 그래서 인간들이 막 죽어 나가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할 때, 고질라가 나타나 사태를 진정시킨다. 그 와중에 도시라든지 마을을 초토화하는 건 기본이다. 마지막으로 고질라는 다시 자기 은신처로 떠난다. 그 뒷모습은 마치, 오래전에 본 서부 영화에서 마을을 괴롭히는 악당 총잡이들을 조져버리고 홀로 유유히 떠나는 착한 카우보이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 고질라는 처음 무토가 일본의 발전소를 공격할 때 왜 나타나지 않다가, 15년이 지난 후에 등장했을까? 그건 고질라가 솔로여서가 아닐까 싶다. 1999년에 무토는 솔로였다. 하지만 15년이 지나, 인간들에 의해 또 다른 무토가 부화한다. 오랜만에 만난 커플은 희희낙락 염장질을 펼쳤고, 그걸 보다 못한 고질라가……. 문득 ‘훨훨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라는 시가 떠오른다. 고질라는 인간의 편이 아니라 솔로의 편이었던 거였어!
그나저나 고질라는 진짜 호구 같다. 모나크 연구원들의 말에 따르면, 인류가 그동안 해왔던 핵실험은 사실 고질라를 제거하기 위한 거였다고 한다. 하지만 고질라는 죽기는커녕, 방사능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고질라는 인간이 위험할 때마다 도와준다. 왜? 자길 죽이려고 했다는 걸 몰랐나? 설마 그 실험들이 자기 밥 주는 거로 생각했던 건가?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긍정적이고 낙관주의적인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다. 역시 마음을 편히 가지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데, 그게 맞는 말인 모양이다. 나도 고질라처럼 긍정적으로 살도록 해봐야겠다. 아, 그렇다고 몇천 년 살겠다는 건 아니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