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Anna and the Apocalypse, 2017
감독 - 존 맥페일
출연 - 엘라 헌트, 말콤 커밍, 세라 스와이어, 벤 위긴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안나’는 졸업 후 여행 문제로 아빠와 다툰다. 한편, 전국적으로 신종 감기 바이러스가 돌고 있는데, 사실 그게 감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보도된다. 그리고 다음 날, 세상은 바뀌었다. 좀비가 된 사람이 아직 인간인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안나는 친구들과 함께 볼링장에 숨고, 구조를 기다린다. 하지만 들리는 소식은 다 암울할 뿐. 결국, 안나는 아빠를 찾기 위해 학교로 향하고, 거기서 좀비보다 더 사악한 존재를 만나는데…….
포스터를 보면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라라랜드’가 만났다고 적혀 있다. ‘라라랜드’는 안 봐서 모르겠고,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왜 쓰여 있는지는 알 것 같다. 안나가 등교를 하면서 해맑게 노래를 부르는데, 그 뒤로는 사람들이 좀비의 공격을 받아 죽어 나가고 있었다. 안나와 ‘존’은 자신의 결심과 미래에 관한 노래를 부르느라, 그런 건 하나도 눈치채지 못하고 자기 갈 길을 간다.
아, 노래가 왜 나오는지 말을 안 했다. 이 영화, 좀비가 나오는 뮤지컬이다. 그렇다고 좀비가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 그러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말이다. 좀비와 싸우는 장면은 잔인하면서 통쾌했고 시원시원했다. 또한, 주인공들이 십 대 후반의 청소년인데 나름 그들의 감성에 맞춰 적당히 코믹하고 적당히 심각하고 그랬다. 좀비를 죽이면서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며 자랑하기도 하고, 가슴 아픈 짝사랑에 눈물도 흘리는 등등. 그리고 노래는, 가사가 참 멋졌다. 안나와 친구들의 상황이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좀비와 노래의 조합은 그냥 그랬다. 인도 영화를 보면, 노래와 춤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그게 극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져서 보다 보면 흥겹고 그랬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노래가 그런 역할을 잘 하지 못했다. 다 그런 건 아니고, 어떤 부분에서는 노래가 잘 어울렸는데 그러지 않은 장면이 더 많았다.
그러니까 좀비 장면이 엉망이거나, 노래가 형편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좀비와 싸우는 장면은 멋졌고 노래는 멜로디나 가사가 꽤 좋았다. 단지 그 둘이 합쳐지니까 어색하고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었다는 말이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 영화에서 최대 빌런이 좀비가 아닌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좀 안타까웠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이제는 좀비보다 인간이 더 사악하다는 걸로 바뀌고 기본 설정이 되는 모양이다. 하긴 좀비는 힘이 세고 물리면 전염되고 여럿이 몰려다녀서 문제지, 단일 객체로만 보면 생각이 없고 단순하다. 반면에 인간은 단일 객체로 있어도 위험할 수가 있다.
영화는 슬프기도 하고 낙관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꿈도 희망도 없어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말의 분위기가 바뀔 것 같다.
난 꿈도 희망도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