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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클래식 수업 - 알아두면 쓸모 있는 최소한의 클래식 이야기
나웅준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18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 – 나웅준
제목이 어쩐지 친숙하면서 ‘과연?’ 하는 의문이 든다. 퇴근길에 수업을 듣다니, 그것도 클래식? 자고로 퇴근길이라면 온종일 시달린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면서 동시에 집에 간다는 즐거움으로 없던 활력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시간대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할 때, 자리에 앉으면 눈꺼풀이 저절로 감기고 그렇지 않으면 앞자리 사람이 언제 내릴지 기다리기 일쑤다. 그런 시간대에 클래식에 관련된 책이라니, 흥미가 갈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Part 1 일상 속의 클래식』, 『Part 2 이야기로 즐기는 클래식 음악사』, 『Part 3 매혹적인 클래식 악기의 모든 것』, 그리고 『Part 4 클래식 사용법』이다. 각 파트의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이 나올지 대충 짐작이 간다.
『Part 1 일상 속의 클래식』은 그야말로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다. ‘토요명화’의 오프닝 노래라든지, ‘장학퀴즈’ 주제곡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그 곡에 얽힌 짧은 이야기도 같이 얘기한다. 예를 들면, ‘바흐’의 ‘커피칸타타’의 주된 내용은 커피를 좋아하는 딸과 그런 자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버지의 대립이라는 것이다. 딸이 커피를 많이 마셔서 잠을 안 자서 건강이 염려스러운 거였을까? 딸은 밤샘작업을 해야 해서 커피를 끊을 수 없는 거고?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결혼식장에서 당연히 울려 퍼져야 하는 ‘바그너’의 ‘혼례의 합창 The bridal chorus’이 사실 그리 좋지 않은 분위기의 노래라는 것이다. 그 곡이 수록된 오페라 ‘로엔그린 Lohengrin’이 비극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 노래를 배경 삼아 결혼했던 주인공 커플이 결국 헤어지고 마는……. 아, 로엔그린의 대략적인 내용을 한국 드라마의 인물들로 바꾸어 설명한 부분은 재미있었다.
『Part 2 이야기로 즐기는 클래식 음악사』는 제목 그대로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귀도 다레초’라는 처음 듣는 인물이 등장한다. 1025년경에 계이름, 그러니까 ‘도레미파솔라’까지 처음 만든 사람이라고 한다. 도대체 그 전에는 어떻게 음악을 만들었는지 상상이 안 된다. 아니, 그것보다 그 전에 음계가 없을 때 만들었던 곡을 음계에 맞춰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 같다. 이후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주의 그리고 낭만주의 시대까지, 각 시대의 대표적인 음악가와 그에 관련된 일화를 소개한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음악 필기시험을 위해 외운 기억이 난다. 다시 떠올리며 읽으니, 학창 시절도 생각나고 내 기억력이 그래도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뿌듯함도 든다.
『Part 3 매혹적인 클래식 악기의 모든 것』은 클래식 곡 연주에서 사용되는 악기들을 설명한다.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까지, 각 악기의 특징을 말하고 있다. 또한, 악기의 역사도 간략하게 덧붙인다. 음, 그런데 왜 피아노에 관한 얘기는 없는 걸까? 파이프 오르간에 묻어가는 걸까?
『Part 4 클래식 사용법』은 어떤 상황에 어떤 노래가 좋을지 추천하고 있다.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3악장」을, 고민이나 생각이 많아질 때는 「타이스 명상곡」이, 교통 체증으로 짜증 날 때는 「파리의 미국인」 등, 다양한 상황과 거기에 어울리는 노래를 알려준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니까 저자의 의도와 일치한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다만 이런 분위기의 곡이 적절하다는 가이드를 해준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각 파트 끝부분에는 ‘클래식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TMI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챕터에는 넣지 못했지만 그래도 알아두면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옛날 작곡가들의 수입이라든지 음악용어에 관한 이야기다.
아, 책을 읽으면 다양한 노래가 소개되는데 그걸 다 찾아 들으려면 귀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좋다. 몇몇 곡들은 QR 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서 일일이 검색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시간이 되면 검색해서 들어도 된다. 사실 그게 더 좋기는 하다.
퇴근길이라는 제목이 있지만, 퇴근길이 아닌 집에서 편하게 읽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