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Things Heard & Seen, 2021
감독 - 샤리 스프링어 버먼, 로버트 펄치니
출연 - 아만다 사이프리드, 제임스 노튼, 나탈리아 다이어, 레아 시혼
원작 - Elizabeth Brundage의 소설 ‘All Things Cease to Appear, 2016’
캐서린과 조지는 어린 딸을 하나 두고 있는 젊은 부부이다. 작은 사립대에서 교수직을 맡게 된 조지를 따라, 가족은 대학 근처의 오래된 저택으로 이사한다. 짐 정리를 끝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자려는 순간, 딸 방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그 날 이후, 캐서린은 집에서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영화 초반은, 오래된 저택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보여주는 호러 장르 같았다. 그런데 중반으로 넘어가면서는 재능은 부족하지만 사악하고 야심많은 한 청년의 성공과 좌절을 그리는 스릴러로 바뀌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접어들면서는 원한 품은 여인의 복수극이 되었다. 이런 변신은 꽤 흥미 있다. 작품을 보면서 이럴 거라고 상상하고 예측하는 것이 다 빗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잘 만들어야 한다.’
초반과 중반 그리고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바뀌는 장르적 특성을 잘 살리면서 동시에 그 변화가 자연스러워야 하고 앞뒤 내용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결말 부분에서 ‘이게 뭐야?’라는 말이 튀어나오면 안 된다. 이 영화, 초중반까지는 약간은 느린 호흡으로 천천히 나름 잘 흘러갔다. 아쉽게도 그 느린 호흡 때문에 긴장감이 별로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중간에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는 어떤 존재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긴 하는데, 그런 거로 놀랄 사람이 과연 있을 리가……. 그러다가 후반, 그것도 결정적인 결말 부분에 가서, 보는 이의 입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 나오게 했다.
‘이게 뭐야? 그래서?’
어쩌면 소설에서는 그렇게 되기까지 서사가 차근차근 잘 쌓아갔을 수도 있다. 그걸 영화로 만들면서 중간에 몇 단계를 건너뛰는 바람에 ‘갑자기 왜 저런?’이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원작을 보지 않았기에, 이 영화로만 생각하면 결말 부분은 이건 뭔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나쁜 결말은 아니라고 보지만 뭐랄까, 너무 급작스럽다고 해야 할까? 이 소설의 설정 찔끔, 저 영화의 장면 약간, 요 영화의 인물 살짝, 이런 식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요즘 안 그런 작품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니까. 다만 그렇게 할 때 잘 섞이게 만들어야 하는데, 결말 부분에서 그게 제대로 되지 않은 느낌이라서 문제였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나왔던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여준 영화였는데, 그게 제대로 와 닿지 않았다. 자주 접하지 않았기에 낯설어서라고 생각하고 넘기기엔, 호흡도 느리고 막판에 너무 아쉬움을 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