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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 하시모토 아이 외 출연 / 하은미디어 / 2015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Kirishima Thing, 桐島、部活やめるってよ, 2012
감독 - 요시다 다이하치
출연 - 카미키 류노스케, 하시모토 아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오오고 스즈카
‘아사이 료’의 동명 소설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桐島, 部活やめるってよ, 2010’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정작 제목에까지 등장하는, 이야기 전체에 걸쳐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는 ‘기리시마’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아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소설이다. 영화에서는 과연 그가 등장할까 궁금했다.
학교 배구부의 에이스이자 현 대표선수로 선발된 ‘키리시마’가 갑자기 운동을 그만둔다는 소문이 퍼진다. 그는 연락 두절이 되고 학교에 나오지도 않고, 이에 그를 따르던 배구부원들과 여자친구 ‘리사’, 친구 ‘히로키’ 그리고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여 갈등을 빚고, 그동안 말하지 못했거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하나둘씩 깨닫게 된다. 그런 갈등과 불만들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결국 충돌하게 되는데…….
내용 요약에는 키리시마와 관련된 인물들만 적었는데, 영화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영화부 부장인 ‘마에다’와 부원들이다. 키리시마와 연관이 없던 그들은 묵묵히 자기들의 할 일, 그러니까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신작 영화 찍기에 바빴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키리시마를 찾아다니는 학생들과 부딪히고, 갈등을 빚게 된다.
몇 년 전에 읽은 소설 리뷰에도 적었지만, 이 작품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었다. 키리시마라는 한 학생의 부재를 통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다른 학생들의 불안과 변화를 드러낸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고2’라는 게 중요했다. 아이들은 대학 진학이냐, 아니면 취업이냐, 그것도 아니면 지금까지처럼 운동을 할 것이냐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어쩌면 키리시마의 부재는, 아이들에게 홀로서기를 할 기회와 동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키리시마에게 기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그의 부재로 방황하고 흔들리는 히로키를 비롯한 아이들과, 그에 영향받지 않고 자기 일을 하는 마에다와 친구들의 대비는 꽤 인상적이었다. 물론 마에다와 친구들도 어떻게 보면 키리시마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사사건건 키리시마의 지인들과 엮였으니 말이다. 자리를 피한다고 피했는데 키리시마의 지인들과 마주치고, 또 다른 곳으로 갔는데 거기서도 또 다른 지인들과 충돌하고……. 음, 영화 한 편 찍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키리시마라는 잘 나가는 학교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학교의 인기 그룹과 마에다를 주축으로 하는 학교의 아웃사이더 그룹의 대비라고 해야 할까?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이 꽤 자주 등장한다. 마에다는 일찌감치 영화를 목표로 삼았고, 키리시마나 히로키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아직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마에다는 영화와 관련된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고, 히로키나 키리시마는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즐겼다. 그 차이 때문에 마에다는 학교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괴짜로 통했고, 키리시마와 히로키는 거의 모든 아이가 아는 학교의 인기인이 되었다.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키리시마와 그 친구들보다는 마에다네 아이들이 더 괜찮은 것 같다. 키리시마 친구들은, 너무 예의가 없다. 학교 인기인 그룹이기에 자기들이 뭘 하건 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홀로 서지도 못하고 키리시마의 흔적만 따라다니는 주제에…….
결국, 영화는,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하는 아이들의 방황을 그리고 있었다. 이미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과 대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