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Blood Fest, 2018
감독 - 오웬 에거튼
출연 - 로비 케이, 세이셸 가브리엘, 제이콥 배털런, 재커리 리바이
‘댁스’는 어린 시절, 엄마가 살해당하는 걸 목격한다. 심리학자였던 아빠의 환자가 침입하여 엄마를 죽인 것이다. 사건 당시 엄마와 호러 영화를 보고 있던 댁스는, 이후 거의 광적일 정도로 공포 영화에 몰입한다. 반대로 아빠는 사건 이후, 공포 영화를 반대하는 데 앞장섰다. 블러드 페스트라는 공포 영화 축제 참가를 두고 아빠와 대립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댁스는 아빠 몰래 친구들과 축제에 참여한다. 하지만 주최자가 인사말을 하는 동시에 가면을 쓴 사람들이 나타나, 참가자들을 무차별 살해하기 시작하는데…….
청소년들이 축제 내지는 유원지 또는 캠핑장에 갔다가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작품들은 많다. 그런 류의 작품들은, 우선 그런 상황에서도 섹스하는 커플이 나오고, 아직 섹스해 본 적이 없는 아이도 등장하고, 정체불명의 살인마가 나오며, 나대다가 살해당하는 아이가 있고, 주인공은 결국 어찌어찌해서 살아남는다. 그리고 제작진이 시리즈로 이어갈 속셈이면, 살인마는 죽었지만 안 죽는다. 아차, 이거 스포일러인가? 하여간 이런 설정을 기본으로, 성의가 있는 제작진이면 이것저것 따오면서 변형을 주기도 하고, 그러지 않으면 대놓고 베끼면서 원본의 장점을 담아오지도 못한다.
이 영화는 나름 여기저기서 비슷하게 베껴왔는데, 그러면서 또 약간의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 성의는 있었다, 성의는. 하지만 그에 비교해 이야기에 개연성은 없었다. 호러 영화라고 해서 개연성이 없어도 되는 건 아니다. 주된 사건이 일어날 때, 그게 발생하는 이유나 과정이 그럴듯해야 더 실감 나고 오싹하게 느껴진다. 아니면, 개연성이 없거나 허술한 스토리를 넘어설 멋진 장면이라도 있으면 기본 점수는 줄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이야기도 그렇고 장면들도 그리 좋은 평을 줄 수가 없었다.
초반과 후반의 괴리가 너무 크다고나 할까? 일반적인 슬래셔물에서 갑자기 SF로 넘어가는데, 그 연결이 급발진하는 느낌이었다. 제작진이 영화 ‘웨스트 월드Westworld, 1973’나 ‘캐빈 인 더 우즈 The Cabin in the Woods, 2012’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모양인데, 두 작품의 장점에는 손끝도 닿지 못했다.
후반부를 보면서 ‘왜 저런 짓을?’이라는 의문만 남았다. 뭐, 타인에게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려고 엄청난 작업을 한 ‘쏘우 Saw, 2004’도 있었으니, 자기 가족을 위해 자기 돈 자기가 쓰겠다는 걸 누가 말릴 수 있을까? 하지만 뭐랄까, 범인의 동기가 너무……. 너무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이다. 만화 명탐정 코난을 보면 어이없는 살인 동기가 나오는데, 이 영화의 범인이 말하는 동기도 만만치 않다. 이건 뭐, 나쁜 공기를 마셔서 없애자는 어떤 나라의 주장과 맞먹는 생각이었다.
보면서 즐거움보다는 한숨만 나왔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