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방구석 미술관 1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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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저자 – 조원재

 

 

 

 

  부제를 보면, ‘가볍고 편하게라는 말과 교양 미술이라는 말의 조합이 뭔가 미묘하게 어색한 느낌을 준다교양이란 원래 어렵고 힘든 게 아니었던가그걸 가볍고 편하게 시작한다고안 가볍고 안 편하기만 해봐라마구마구 투덜대겠다는 생각으로 첫 장을 펼쳤다.

 

  이 책은 아마 이름을 들어봤을아니면 이름은 가물가물해도 그림이라도 어디선가 봤을 법한 유명한 서양의 화가 열네 명을 소개하고 있다. ‘뭉크’, ‘프리다 칼로’, ‘드가’, ‘고흐’, ‘클림트’, ‘에곤 실레’, ‘고갱’, ‘마네’, ‘모네’, ‘세잔’, ‘피카소’, ‘샤갈’, ‘칸딘스키’, 그리고 뒤샹이다하지만 칸딘스키 파트에서는 뮌터피카소 챕터에서는 마티스프리다 칼로는 리베라와 함께 소개하고 있으니모두 열일곱 명의 화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저자는 각 화가의 생애와 함께 화풍이나 정신세계 또는 가치관에 영향을 준 사람이라 사건을 간략하게 얘기한다그리고 대표적인 작품 몇 개를 보여 주면서앞에서 얘기한 화가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설명한다.

 

  책을 읽으면서문득 내가 꼰대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몇몇 장르특히 예술 분야는 그 시대의 유행을 따르는 면도 있지만그 틀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그래서 새로운 사조가 나타날 수 있었다선배들이 닦아놓은 길 위만 걸었다면새로운 양식의 건축이나 미술 사조는 절대로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예술가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몇몇 화가들의 행적을 보면서모순적이면서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원래 집안이 부유해서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사람들은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그림을 그렸다하지만 그런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한 사람은당대에 명성을 얻지 못해서 먹고살 걱정을 하면서 그림을 그려야 했다그들은 누군가의 희생그러니까 대개 아내나 형제겠지만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창작 활동을 해왔다그리고 죽기 직전 내지는 죽고 나서야 인정을 받았고 지금까지 명성을 누리고 있다그러니까 이런 문제다재능은 있어 보이지만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그걸 내팽개치고 자신의 창작 활동만 하는 걸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것이다지금이야 그들이 유명해졌고 그들의 작품이 몇십 몇백 억에 팔리지만그 당시에는 그러지 못했다아마 가망이 없어 보였을지도 모른다그런데 언젠가는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계속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을까 하는 그런 문제다왜냐하면지금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저 사람을 봐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니까 유명해졌잖아!’라는 말을 위안 삼아서끝이 보이지 않는 뭔가를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엔 있을 테니까 말이다그러면 그런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은그 보상을 어디서 받아야 할까그렇다고 돈 없는 사람은 예술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니까참 곤란한 문제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다 보니까내가 꼰대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남이 닦아놓은 안전한 길을 가는 게 좋지만그렇다고 너무 그렇게 가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은이건 무슨 주입식 교육을 하면서 창의력을 기르라는 모순된 말을 하는 것 같다한식당에 와서 후식으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놓으라고 깽판 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리고 창작자의 사생활과 창작물을 별개로 봐야 하는지아니면 한 몸으로 봐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도 있다이 책에 소개된 몇몇 화가들 같은 경우사생활이 상당히 지저분했다심지어 범죄에 해당하는 짓을 저지른 이도 있었다그 당시에는 그런 짓을 해도 상관없었으니현재의 잣대를 들이밀지 말아야 할까그러면 그 당시에도 비난받을 짓이었다면어떻게 봐야 할까?

 

  요 몇 년 사이에어떤 특정 사상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퇴출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되는 사례도 있었다그렇다면범죄에 가까운 일을 벌였던 과거의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걸까법에는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는데거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냐어떤 이는 작품은 작품대로예술가는 예술가대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하지만 그의 사상과 가치관 또는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반영된 창작물인데구별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아문득 어느 나라에서 책을 다 땅에 묻고 불태우거나 조상들의 예술 작품이나 사찰사당 그리고 문화 유물을 다 파괴했다는 게 떠올랐다그 얘기를 듣고, ‘무식한 것들이라며 쯧쯧하고 혀를 찼었다그때는 어렸기에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었으며 많은 것을 받아들이는데 유연했던 것 같다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시 한번 말하지만 꼰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그래서 마음이 아프다이건 내가 예술가가 아니기 때문인 걸까아니면 삶에 찌들어서 생각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밴댕이 소갈딱지가 되어버렸기 때문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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