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Slasher : Solstice. 2019
제작 - 아론 마틴
주연 - 케이티 맥그라스, 브랜던 제이 맥라렌, 스티브 바이어스
1년 전, 하지 파티가 열리던 밤, ‘키트’라는 남자가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돕지 않았고, 결국 그는 죽고 만다. 그리고 1년 후, 또다시 하지가 돌아왔고 작년의 그 괴한이 나타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는데…….
슬래셔 시즌 3의 부제는 ‘하지의 살인’이다. 하지라고 하니, 하지 축제가 생각나고 자연스레 영화 ‘미드소마 Midsommar, 2019’가 떠오른다. 음, 우리는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지에 집에서 팥죽을 끓여 먹는데, 외국은 밤이 제일 짧다는 하지에 광란의 파티를 벌이는 모양이다. 살인은 덤이고 말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먹는 것이 남는 것이고, 이불 밖은 위험하다.
드라마는 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만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새벽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첫 번째 희생자가 등장하면서 마지막 생존자가 아파트를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1년 전 키트의 사망 이후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들은 목격자이자 방관자여야 했는지, 그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교차 편집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아파트,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정치적 성향 그리고 다양한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차별과 혐오, 광적인 집착 그리고 SNS를 통해, 드라마는 지구 온난화나 환경 보호 같은 문제를 제외한 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점을 건드리고 있었다.
희생자가 참수당했다는 이유로, 참수형을 하는 건 무슬림 테러단체이기에, ‘사디아’는 다른 아이들에게서 테러리스트라 불리며 린치를 당했다. 그런 그녀를 도와주는 건, 레즈비언 커플의 자식인 ‘젠’과 ‘코너’ 뿐. 젠과 코너 남매는 어머니가 자살한 이후, 정신이 망가진 어머니의 애인 ‘엠버’를 돌보며 살고 있었다. ‘댄’은 백인 우월주의자에 동성애자는 물론이고 인종 차별주의자였다. 아마 거의 모든 것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사람인 것 같다. 심지어 자기 딸도 말이다. 그는 아파트의 다른 주민들을 무시하고 경멸한다. 당연히 사디아나 젠과 코너 남매는 그에게 증오의 대상이었다. ‘바이올렛’은 조회 수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남편과의 관계가 점차 서먹해지지만, 그것마저 자신의 유튜브 홍보에 이용한다. 자기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양심은 오래전에 팔아먹은 모양이다.
제목답게, 살인마는 사람들을 엄청 잔인하게 죽여나간다. 집 안에 있는 물건이 흉기로 변하는 모습은 으아……. 핸드 블렌더가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평소에도 하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진짜로 위험하다고 확실히 못을 박아준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는 시리즈였다. 그리고 ‘퍼가요’는 나쁜 거다. 은행이나 카드 회사가 퍼가는 것도 기분 나쁜데, SNS의 퍼가요도 그리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이 드는 건, 그 아파트는 관리사무소나 부녀회 내지는 경비실 같은 게 없었나? 지하실에서 누군가 뭔가 하는 걸, 어째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뭐,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드라마 진행이 너무 쉬워질 것 같아서 뺀 건가? 아니면 미국은 원래 그런 존재가 없는 걸까?